(대전=굿모닝타임스) 강민석 기자 =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내용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매우 이례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오로지 검사만이 모든 영장을 법관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단 한 문장은 한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독특함을 상징한다. 세계 어느 나라의 헌법을 찾아보아도 ‘오직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원칙을 명시한 곳은 거의 없다. 대한민국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이런 독특한 장치를 헌법에까지 새겨 넣었을까?
1948년 제헌헌법 제정 당시, 입법자들의 머릿속에는 일제강점기의 기억이 생생했다. 식민지 시절, 경찰은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무차별 체포와 고문을 일삼았다. 당시 경찰은 적법 절차에 따른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서도 임의대로 강제 수사를 했다. 이 같은 고문과 폭력을 막기 위해 제헌헌법은 두 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는 체포·구속·수색을 할 수 없다는 ‘법관영장주의’ 와 법관에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검사로 한정한다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즉, 검사가 경찰의 권한을 견제하도록 헌법에 두 가지 안전 장치를 설계했다.
검사는 수사권의 ‘게이트키퍼’로서 인권을 보호하는 마지막 문지기 역할을 맡았다. 이처럼 법관영장주의와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일제 경찰의 그림자에서 태어난 제도였다.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그 논리는 여전히 유효한가? 하지만 오늘날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1948년 제헌 당시와는 전혀 다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함께 ‘제2의 권력’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경찰 또한 수사 역량을 키우며, 더 이상 검찰의 단순한 보조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찰은 영장을 스스로 법원에 청구할 수 없다. 경찰은 단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모든 영장은 검사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이 구조 속에서 검사는 수사권뿐 아니라 영장청구권이라는 헌법적 독점권까지 쥐고 있다.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보아도 우리나라의 검사 중심의 영장청구권 규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에서는 경찰이나 수사기관이 직접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독일도 경찰과 검사 모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일본조차 경찰과 검사 모두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만은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헌법이 직접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검사에게만 영장청구의 독점권을 부여한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인권보호를 위한 장치라기보다, 이제는 제도적 비대칭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는 분명 인권보호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인권보호의 핵심은 특정 기관의 독점이 아니라 상호 견제와 투명성이다. 헌법이 부여한 비대칭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권력의 균형과 인권보호라는 새로운 기준에 맞게 재설계할 것인지는 이제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