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양홍석] AI 시대, 압록강 푸른 물에 비친 서글픈 초상

▲양홍석/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세상은 AI(인공지능) 기술이 주도하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질병 치료는 물론, 일상의 동반자로 더 편리한 삶을 이끌어준다. 참 좋은 세상이다. 이러한 AI 시대에도 불구하고, 같은 하늘 아래 북녘 땅 주민은 여전히 식량과 생필품 걱정에 짓눌려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현실이다. 단 한 번뿐인 삶인데, 체제나 이념을 벗어나, 같은 인간으로서 깊은 안쓰러움과 연민을 느낀다.

 

지난날 중국 라오닝성 중심 도시인 선양에서 열린 “한국 주간”행사에 관광분야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한중 문화 관광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뜻깊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중국 측이 보여준 상상 그 이상의 극진한 환대였다. 객실에 수영장까지 겸비한 최고급 호텔을 제공하는가 하면, 중국 전통 예술의 정수인 경극을 찻잔을 기울이며, 관람하는 VIP의 특권을 베풀어 주었다. 나아가 한국 손님을 위해 100명 남짓 현지 시니어 합창단이 편곡하여 부르는 우리 민요 ‘아리랑’ 이 환영 리셉션장에 울려 퍼질 때, 가슴 한구석에 뭉클한 감동이 차올랐다.

 

그러나 화려한 선양을 뒤로하고 찾아간 국경도시 단둥(丹東)에서 그 감동은 이내 서글픔과 충격으로 변했디. 압록강에 인접한 중국 단둥은 한국인 관광객 지갑을 겨냥해 외화를 쓸어 담고, 고층 빌딩과 화려한 네온사인, 활기찬 행인들로 가득한 현대적 도시의 풍요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와 반면, 압록강 건너편 북한 땅은 마치 시간이 수십 년 전에 멈춰버린 듯 적막하기만 했다. 너무나 확연하게 비교되는 두 나라의 격차 앞에서 가슴이 미어지는 쓰라림이 일었다.

 

압록강을 다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진 압록강 철교 위를 걸었다. 녹슨 철로 너머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바라보이는 북한 땅, 그리고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루한 옷차림으로 묵묵히 밭을 일구거나, 무거운 짐을 이고 자전거를 지탱하며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은 한없이 측은하고 애달팠다. ‘그들의 진짜 삶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행복한 일상은 사치 일까’. 그들의 고단한 일상을 소리 없이 비추며 흘러가는 압록강의 푸른 물줄기는 마음속에 깊은 비애를 남겨 주었다.

발길을 옮겨, 압록강 물줄기를 따라가다 국경의 긴장감 속에서도 눈길을 끄는 북한 단고기집에 들렸다. 평양 여종업원들의 손길로 차려진 단고기 요리는 과연 일품이라 할 만했다.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뽑혀온 그들의 수려한 용모와 태도는 정중했다. 식사를 마치고 팁으로 몇 장의 달러화를 건넸다. 처음엔 북한 특유의 엄격한 감시망에 손사레를 치며 사양하다, 이내 조심스럽게 건네받았다. 손에 쥔 외화 한 장에 그만 좋아 어찌할 줄 모르는 환한 미소와 기쁨의 얼굴 표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애처롭고 눈물겨웠다,

 

우리는 같은 핏줄,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이다. 하지만 한쪽은 반도체 일등 국가로 AI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와 번영을 누린다. 다른 한쪽은 걸핏하면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강한 척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신음하고 있다. 그들 역시 인간으로서 마땅히 행복을 추구하고 온전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는데 말이다.

 

내 생에 그들이 남한의 주민과 동일하게 자유로운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AI가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시대에 북한 모든 주민의 삶에도 따뜻한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자본에 흠뻑 물든 중국 산양에서 받은 화려한 환대의 기쁨과 압록강에서 마주한 북한 땅의 서글픈 현실. 이 극명한 대비는 우리에게 분단의 아픔을 다시금 일깨우는 동시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 북한 동포들이 잿빛 장벽을 걷어내고, 우리와 함께 번영의 온기를 누리는 그날까지, 우리는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내일의 문을 열 준비를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양홍석

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전)2014인천아시안게임 행사본부장

전)강원랜드 카지노본부장



작성 2026.07.21 15:55 수정 2026.08.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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