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정찬] (시) 사는 일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시인 한정찬의 "사는 일"



 

사는 일

 

 

혼자 사는 집에는

저녁이
문보다 먼저 들어온다.

 

벗어 놓은 신발 곁으로

말을 잃은 시간이
천천히 먼지를 뒤집어쓴다.

 

외로움은

한 번에 오지 않는다.

 

컵 하나,

빈 의자 하나,

불을 켜도
달라지지 않는 방의 크기.

 

그런 것들이

날마다
한 장씩 포개져

산이 되고

바다가 된다.

 

누군가와 산다는 것은

한 사람의 하루가

다른 사람의 하루를
조용히 받아내는 일.

 

늦게 돌아온 발자국 하나에도

집은
조금 더 집이 되고

식어 가는 국에서는

아직 기다린다는 냄새가 난다.

 

사는 일은

끝내
잘 버티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늙어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문을 여는 소리 하나가

한 생을

가볍게 들어 올린다.

 

▲한정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정찬

□ 농업인(小農), 전업 시인, 행정안전부 안전교육전문강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소방안전컨설턴트 외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 고문,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외

□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작성 2026.07.29 00:12 수정 2026.07.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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