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이 연방준비제도(Fed) 내 매파(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인사)들의 금리 인상 필요성 발언과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다. 31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7.2bp(1bp=0.01%포인트) 상승한 4.735%를 기록했다. 10년물이 4.73%를 넘은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30년물은 5.7bp 오른 5.264%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단기물 중심의 금리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5.4bp 올라 4.283%에 이르렀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이날 미 국채 가격 하락은 단기물에서 시작해 장기물로 확산했다. 2~5년물 수익률은 지난 29일 연준의 금리 동결 이후 나타난 하락 폭 상당 부분을 되돌렸다.
특히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격차가 45.2bp로 벌어지면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다. 이는 경기 확장 기대를 반영함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가속 가능성도 내포한다. 금리 오름세에 영향을 준 주요 요인은 연준 내부 위원들의 강경 목소리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반대표를 던진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가 너무 높다며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점진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준 총재는 "가까운 시일 내 완만한 조치가 없으면 물가를 2% 목표로 돌려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시장이 견조하고 물가에 상방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상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연준은 이번 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케빈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 안내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준 회의에서 최소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65%로 지난주 81.9%에서 낮아졌으나 최근에는 다시 소폭 올랐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 상승도 장기 미 국채 매도를 부추겼다.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공급 위협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일부 유조선이 회항을 강요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해당 지역 물동량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5.26달러로 2% 상승했고, 브렌트유는 1.04% 오른 89.96달러를 기록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과 유가 상승 위험 요인을 지적했다. SMBC그룹의 몬티 간디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장기 구간에서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견조한 데다 불확실성 때문에 실수요 투자자들이 장기물 매수를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도 물가 상승에 따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서 유럽 국채 단기물 수익률이 올랐고, 이 영향이 미국 국채 매도세를 자극했다. 2분기 미국 고용비용지수도 0.9% 오르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아이작 브룩 전략가는 금리가 기술적 저항선을 넘은 상황에서 여름철과 주말이 맞물려 매수세가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 발표될 8~10월 분기 국채 입찰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입찰 규모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국채 발행 규모 증액 가능성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무라증권의 조너선 콘 전략 책임자는 "30년물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만큼 다음 주 국채 재조달 계획 발표가 시장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리 상승은 연준 내 매파 인사들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와 국제 유가 등 대외 변수의 복합적 작용 결과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정책 변화와 경제지표 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국채 시장 움직임에 대응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