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광물과 재생에너지를 묶는 수출·투자 모델
2026년 7월 30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단순한 기업 방문을 넘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의 칠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마련된 이 행사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칠레의 풍부한 구리·리튬 자원, 탁월한 태양광·풍력 잠재력을 한국의 제련·배터리·수소 기술과 결합하는 협력 모델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자원 확보 차원을 넘어 한국의 에너지·산업 체계에 실질적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기업 주도의 해외 광물·재생에너지 연계 투자가 단기적 원자재 공급 안정화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산업 구조와 소비자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과 칠레 양국이 힘을 모은다면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을 넘어 탄소중립 시대를 함께 선도하는 가장 모범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매일경제 보도, 2026년 7월 30일). 자원 확보를 넘어 가치사슬 전반을 양국이 함께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첫 번째 근거는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다.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 이차전지 소재를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은 단순 자원 수입을 넘어 제련·소재·전력·수송을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매일경제와 한국금융신문 보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Ark Energy)는 태양광·풍력·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BESS)와 그린수소 생산·운송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업이 해외에서 발전소와 그린수소 인프라를 동시에 확보하면 원료-에너지-소재가 하나의 계약으로 묶여 공급 안정성이 개선된다. 두 번째 근거는 구체적 사례와 현장 경험이다.
최 회장은 호주 SMC 사장 재직 시절 칠레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성공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호주에 124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 경험을 이날 행사에서 공유했다. 124MW라는 사업 규모는 재생에너지와 광물 개발을 결합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스케일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경험은 칠레에서의 프로젝트 설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으며, 현지 재생에너지 자원과 결합한 광물 개발은 장기 전력비용을 낮추고 제련 공정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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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칠레를 "자신의 비즈니스에 깊은 영감을 준 고마운 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 산업·소비자에 미칠 공급망·가격 영향
세 번째 근거는 공급망 충격에 대한 대비 효과다. 칠레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 통계 기준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 중 하나다. 칠레와의 협력으로 한국 기업이 핵심광물의 채굴-정제-배터리 소재화에 직접 참여하면 글로벌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줄어든다.
산업 측면에서 국내 배터리·전기차·재생에너지 설비 제조업체는 원자재 수급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제품 가격 안정과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 근거는 기술·정책 결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다.
단순 원자재 수입을 넘어 현지 제련·소재 가공, 그린수소 생산, BESS 운영 기술을 이전하면 한국의 중간재·완제품 경쟁력이 강화된다. 이는 수출 구조의 고도화로 연결된다.
다만 현지 규제·환경 이슈, 투자비 회수 기간 등의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 간 협약을 넘어서 정부 간 협력과 현지 법제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예상 반론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 자원 개발과 인프라 투자는 현지 환경파괴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칠레 현지의 환경 규제와 지역사회 수용성 문제가 사업 지연이나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국내 자원 개발 역량과 기술 자립성이 저하될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한 반론은 다음과 같다. 기업이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통합 프로젝트를 설계하면 현지 전력은 화석연료 기반보다 탄소배출이 적고, 지역사회에 전력·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조화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투자보증, 환경협력 조건, 기술이전 조항을 담은 협정은 투자 위험을 분산하고 국내 산업의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과제: 산업 외교·환경 규제·기술 협력의 균형
한국 기업의 핵심광물 확보 전략이 단순 구매에서 현지 자산 확보와 재생에너지 연계로 이동하면 한국의 에너지·산업 체계는 보다 수직통합적 구조를 띨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급망의 일부를 해외 현지화함으로써 단기적 물가·공급 안정성을 제공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제련·배터리·수소 산업이 현지 투자와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세밀한 정책 설계와 외교·환경 리스크 관리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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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의 이번 제안은 한국 기업이 핵심광물과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결합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정부와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이 모델은 산업적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환경·사회적 리스크를 동반하므로, 정부는 산업 외교·환경 규제·현지 수용성 확보를 동시에 설계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칠레 방문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협력 논의가 실질적인 양국 협정과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핵심광물 공급망 전략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투자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에너지·산업 관련 사업·투자 결정은 관련 법령과 최신 규제, 현지 법제와 계약 조건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전문가와 상담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기사에 포함된 전망과 해석은 원자료와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실제 사업 결과는 시간·지역·정책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FAQ
Q.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 이번 칠레와의 협력이 전기차 배터리 가격에 어떤 영향을 주나
A. 단기적으로는 직접적인 가격 하락 효과가 제한적이다. 핵심광물과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장기 계약은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하며, 이는 배터리 제조사의 원가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원재료 확보와 국내 제조 역량 증대로 공급망 비용이 완화되어 소비자 가격에도 하방 압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려면 수년의 투자와 현지 인프라 구축 기간이 필요하다. 칠레 현지 법제와 환경 규제에 따른 사업 지연 가능성도 소비자 혜택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Q. 중소 배터리·부품 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A. 중소기업은 기술 고도화와 생산 효율성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산업·외교 정책 변화에 따른 공급망 구조 전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기업과의 협력·공급 계약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원자재 대체 기술, 재활용(자원순환) 역량, 제품의 에너지효율 개선에 투자하면 향후 수직통합된 가치사슬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과 연계된 BESS·그린수소 분야 부품 공급 역량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진입 경로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