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안 됩니다.” “원래 그렇게 하는 겁니다.” “저희 책임이 아닙니다.”
장사를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고객의 질문과 요구를 마주한다.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지만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마음은 크게 달라진다. 같은 거절이라도 “안 됩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가게와 “그 방법은 어렵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가게는 고객에게 전혀 다른 기억을 남긴다. 잘되는 사장이 말 한마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상품과 가격만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객은 제품뿐 아니라 자신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까지 기억한다. 직원과 사장의 말투, 표정,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하나의 상품이자 브랜드가 된 것이다.
특히 자영업 현장에서 사장의 말은 더욱 중요하다. 작은 가게일수록 사장의 태도가 곧 가게의 이미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건 원래 안 돼요”라는 말은 대화를 끝내지만 “가능한 방법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라는 말은 관계를 이어준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고객이 느끼는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다.
서울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의 사례가 그렇다. 한 고객이 어린 자녀 때문에 메뉴의 일부 재료를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조리 과정상 그대로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는 안 됩니다”라고 답하려다 다른 메뉴를 추천하고 가능한 조리 방법을 찾아 설명했다. 고객은 결국 다른 음식을 주문했고 이후 가족과 함께 다시 매장을 찾았다. 사소한 대응 하나가 재방문으로 연결된 것이다.
경기도의 한 의류매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고객이 구매한 옷의 사이즈 교환을 요청했지만 원하는 사이즈의 재고가 없었다. 직원은 단순히 “재고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다른 지점의 재고를 확인하고 비슷한 디자인까지 함께 추천했다.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매하지 못했지만 고객은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주는 모습에 만족했고 이후에도 해당 매장을 계속 이용했다.
이처럼 잘되는 가게는 고객의 모든 요구를 받아주는 곳이 아니다. 불가능한 것은 분명하게 설명하되 고객의 입장에서 가능한 대안을 함께 찾아주는 곳이다. 서비스의 차이는 'YES'와 'NO' 자체보다 그 답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남윤용 마케팅전문가(사단법인 인공지능활용협회 협회장)는 “장사에서 가장 위험한 말 가운데 하나는 ‘원래 그렇습니다’라는 표현”이라며 “고객에게는 자신의 불편이 중요한 문제인데 이를 관행이나 규정만으로 설명하면 가게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되는 사장은 무조건 고객의 요구를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말을 끝까지 듣고 가능한 해결책을 함께 찾는 사람”이라며 “이러한 소통 경험이 결국 단골과 매출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고객 응대에서 또 하나 경계해야 할 말은 “저희 책임이 아닙니다”라는 표현이다. 실제로 사업자의 책임이 아닌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책임 여부부터 따지기 시작하면 고객과의 관계는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먼저 불편한 상황을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안내한 뒤 책임 소재를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이러한 고객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 챗봇과 자동응답 시스템이 고객 문의를 처리하고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불만이나 감정적인 문제까지 완벽하게 해결하기는 어렵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다운 공감과 대화의 가치가 오히려 커지는 이유다.
이택호 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학과)는 “AI는 고객의 구매 이력과 문의 내용을 분석해 적절한 답변을 제안할 수 있지만 고객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배려하는 최종적인 소통은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은 AI를 활용해 서비스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직원과 경영자의 공감 능력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는 잊을 수 있지만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는 오래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잘되는 사장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다. “안 됩니다”라고 대화를 끝내기보다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 찾아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모르겠습니다” 대신 “확인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작은 표현의 차이가 고객에게는 큰 신뢰의 차이가 된다.
장사는 상품을 파는 일이지만 그 상품을 다시 사게 만드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다. 고객의 마음을 닫게 하는 말 한마디가 있는가 하면 평생 단골을 만드는 말 한마디도 있다. 결국 잘되는 사장은 고객의 지갑을 열려고 서두르지 않는다. 먼저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연다. 그 작은 차이가 오래가는 가게와 그렇지 않은 가게를 가르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