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호의 데일리 비즈인사이트]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협상에 강하다

상대의 말 속에 답이 있다… 좋은 협상가는 먼저 질문하고 끝까지 듣는다

가격보다 욕구를 읽어라… 경청이 신뢰와 계약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협상 기술

비즈니스 현장에서 협상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흔히 말을 논리적으로 잘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떠올린다. 자신의 주장을 막힘없이 설명하고 상대의 반론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사람이 협상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협상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능력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협상의 출발점은 ‘내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파악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요구와 고민, 결정 기준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리 뛰어난 설명을 해도 협상은 엇나가기 쉽다. 반대로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요구를 찾아낸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거래처 담당자가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조금 더 낮춰주세요”라고 요구했다고 해보자. 협상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계약을 놓칠까 걱정해 곧바로 가격을 낮추거나 “이 가격이 최선입니다”라고 방어한다. 하지만 잘 듣는 협상가는 먼저 질문한다. “가격에서 가장 부담되는 부분이 무엇입니까?”, “예산 자체가 문제인가요, 아니면 결제조건을 조정하면 가능할까요?”라고 묻는 것이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상대방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가격 인하가 아니라 결제기간 연장이나 납품 일정 조정, 추가 서비스 제공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가격을 깎았다면 기업은 이익을 포기해야 하지만,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으면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듣는 힘’이 협상력이 된다.

 

이택호 교수(『대화의 기술』 저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는 “협상에서 경청은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조용히 듣는 행동이 아니라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말 뒤에 어떤 필요와 걱정이 숨어 있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만, 잘 듣는 사람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특히 경청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상대가 말하는 동안에도 자신의 다음 답변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듣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박할 내용을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대화가 반복되면 협상은 문제 해결보다 누가 옳은지를 따지는 논쟁으로 변하기 쉽다.

 

좋은 협상가는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어간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무엇입니까?”, “어떤 부분이 해결되면 계약을 결정할 수 있습니까?”, “가격 외에 중요하게 보는 조건이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은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만든다. 질문이 많아질수록 협상에 필요한 정보도 많아진다.

 

고객과의 판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비싸네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싼 제품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품질이 가격만큼 좋은지 확신하지 못하거나, 사후서비스가 걱정되거나, 다른 제품과 비교할 정보가 부족해서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이때 판매자가 바로 할인 이야기를 꺼내면 고객이 진짜 고민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진: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진짜 요구와 해결책을 찾아가는 비즈니스 협상의 모습, 챗gpt 생성]

남윤용 마케팅전문가는 “고객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을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보다 고객이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라며 “고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지 않고도 신뢰를 높이고 구매 결정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청은 고객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객은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기업이나 판매자에게 신뢰를 느낀다. 자신의 요구가 존중받았다는 경험은 한 번의 구매를 넘어 재구매와 단골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잘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고객 관계를 장기적으로 만드는 비즈니스 전략인 셈이다.

 

직장에서도 듣는 능력은 중요한 협상 도구다. 연봉협상이나 업무 조정, 부서 간 갈등에서도 자신의 요구만 반복하면 상대의 방어심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과 상대 부서의 어려움을 먼저 파악한 뒤 자신의 요구를 제시하면 해결 가능한 선택지가 넓어진다.

 

물론 잘 듣는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경청과 양보는 다르다. 잘 듣는 목적은 상대방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뒤 내가 줄 수 있는 것과 줄 수 없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오히려 제대로 들어야 불필요한 양보를 줄일 수 있다.

 

협상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상대방을 말로 제압하는 순간에는 이겼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가 불쾌함과 손해를 느낀다면 다음 거래는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함께 찾았다고 느끼면 협상이 끝난 뒤에도 관계는 이어진다.

 

그래서 좋은 협상가는 말할 내용을 준비하는 것만큼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를 준비한다. 그리고 상대가 이야기할 때 답을 서두르지 않는다. 상대의 말 속에는 가격표에는 나타나지 않는 요구와 걱정, 선택의 기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말을 잘하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잘 들으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비즈니스 협상에서 오래가는 힘은 상대를 한 번 이기는 말솜씨보다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찾아내는 경청에서 시작된다.

 

 

 

 

이기남 정기자 기자 ds3huy@kakao.com
작성 2026.08.08 16:33 수정 2026.08.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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