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 차이가 10억 원에 가까워지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반면,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큰 변동이 없으면서 자산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 이로 인해 비아파트 거주자가 아파트로 옮겨가는 주거 이동 경로인 ‘주거 사다리’ 기능이 사실상 소멸하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 4669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연립·다세대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 7969만 원으로 두 주택 유형 간 격차가 9억 6700만 원까지 커졌다. 2012년 1월 이 격차는 3억 원대에 불과했으나, 아파트 중심의 집값 상승으로 2018년 4억 원, 2019년 5억 원, 2020년 6억 원으로 점차 벌어졌다.
최근 2년 동안은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아파트 수요가 급감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똘똘한 한 채’ 아파트 선호 현상이 심화됐다. 이 기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 6507만 원에서 13억 4669만 원으로 2억 8162만 원(26%) 상승한 반면, 비아파트 평균가는 3억 4053만 원에서 3억 7969만 원으로 3915만 원(11.5%)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두 주택 유형 간 가격 격차는 빠르게 벌어졌다.
준주택인 오피스텔의 경우 2년간 평균 매매가격이 2억 7631만 원에서 2억 8110만 원으로 1.7% 상승에 머물렀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3.6%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간 자산 격차는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격차 확장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의 ‘실거주 1주택 중심 정책’을 지목한다. 청약, 대출, 세금 등 주택 시장 전 분야에서 무주택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면서 아파트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는 반면,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비아파트 매매 시장을 지탱해온 임대 수익형 투자 수요도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크게 위축됐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임대수익 목적으로 많이 매입했지만, 최근에는 재개발 시 아파트 입주권을 받기 위한 수요로만 집중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흐름이 유지되면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자산 격차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아파트 9만 호 공급 대책’도 현 규제 기조 하에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신보연 교수는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가 없고 불이익이 많은 구조에서는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며 “비아파트를 아파트와 구분되는 월세 중심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식해 대출과 세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지역 주택시장에서 아파트 중심의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비아파트와의 격차가 확대되는 현상은 주거 안정성과 자산 형성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비아파트가 주거 진입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이 격차 심화는 서울시민의 주거 선택권과 주거 복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 정책 변화와 시장 반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