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직장인과 자영업자, 대학생 사이에서 다시 ‘짠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짠테크는 ‘짜다’와 ‘재테크’를 합친 말로, 생활 속 작은 지출을 줄여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을 뜻한다. 과거에는 무조건 아끼고 참는 절약을 떠올렸다면 요즘 짠테크는 필요한 소비는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 줄이는 방식으로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점심 한 끼 가격이 만만치 않은 시대에는 하루 5천원에서 1만원을 절약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루 7천원을 아껴 한 달 20일 동안 모으면 14만원이다. 1년이면 168만원에 이른다. 하루에는 작은 돈처럼 보여도 꾸준히 관리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 그래서 짠테크의 핵심은 큰돈을 한 번 아끼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지출을 관리하는 데 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습관성 소비’다. 출근길에 별생각 없이 사는 커피, 점심식사 후 찾는 카페, 퇴근 후 주문하는 배달음식, 편의점에서 집어 드는 간식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금액은 크지 않지만 매일 반복되면 월 지출 규모가 상당해진다.
예를 들어 하루 4천원짜리 커피를 주 5회 구입하면 한 달에 약 8만원이 든다. 이를 일주일에 두세 번만 텀블러 커피나 사무실 커피로 바꿔도 월 3만~5만원가량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배달 주문을 월 4회 줄여 회당 배달비와 추가 주문비용을 5천원씩만 아껴도 2만원이 더 남는다. 작은 변화 몇 가지가 점심 몇 끼 값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두 번째는 ‘구독 다이어트’다. 동영상, 음악, 쇼핑 멤버십,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등 자동결제 서비스가 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매달 돈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한 달에 한 번 카드와 계좌의 자동결제 내역을 확인해 최근 한두 달 동안 거의 이용하지 않은 서비스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월 1만원짜리 구독서비스 두 개만 줄여도 연간 2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점심 자체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일주일에 한두 번만 도시락을 준비해도 좋다. 외식비가 1만원이고 도시락 준비비가 4천원이라면 한 번에 약 6천원을 절약할 수 있다. 주 2회라면 한 달 약 4만8천원이다. 회사 주변의 할인시간이나 구내식당, 지역화폐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네 번째는 포인트와 할인쿠폰을 ‘돈’처럼 관리하는 것이다. 카드 포인트, 통신사 멤버십, 간편결제 포인트, 지역화폐 할인 등을 제대로 활용하면 같은 소비를 하면서도 실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할인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것은 짠테크가 아니다. 20% 할인된 5만원짜리 상품을 사지 않으면 1만원을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5만원 전체를 쓰지 않는 것이다. ‘싸니까 산다’가 아니라 ‘필요한 것을 싸게 산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냉장고도 훌륭한 절약 수단이다. 장을 보기 전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는 식재료를 확인하고 남은 재료부터 사용하는 이른바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하면 식비와 음식물 낭비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일주일에 하루를 ‘장 안 보는 날’로 정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짠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약한 돈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커피를 사지 않은 날 4천원, 도시락을 준비한 날 6천원, 배달음식을 주문하지 않은 날 1만원을 별도의 통장이나 저축계좌로 옮겨보자. 단순히 소비하지 않은 것으로 끝내지 않고 실제 자산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한 달 뒤 통장에 쌓인 금액을 확인하면 절약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인 A씨가 주 3회 커피를 줄여 월 4만원, 도시락을 주 2회 준비해 약 5만원, 사용하지 않는 구독서비스를 정리해 2만원, 배달 주문을 줄여 3만원을 절약했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약 14만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수천원 수준이지만 1년이면 168만원이다. 말 그대로 생활습관을 바꿔 ‘점심값’을 벌어들이는 효과다.
그러나 짠테크가 지나치면 오히려 생활의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쌓는 데 필요한 비용까지 무조건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소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에는 제대로 쓰고, 별다른 만족을 주지 않는 반복 지출은 과감하게 줄이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절약법이다.
고물가 시대의 재테크는 반드시 거액의 투자금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늘리는 것만큼 아무 생각 없이 빠져나가는 돈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 커피 한 잔, 사용하지 않는 구독서비스 하나, 습관적인 배달 주문 한 번을 다시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짠테크의 목적은 ‘안 쓰는 삶’이 아니라 ‘잘 쓰는 삶’이다. 하루 몇천원의 작은 선택이 한 달의 점심값을 만들고, 그렇게 모인 돈이 1년 뒤에는 든든한 비상금이 될 수 있다. 고물가 시대, 가장 가까운 재테크 기회는 어쩌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매일 열어보는 자신의 지갑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