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하루를 돌아보면 의외로 많은 시간이 반복적인 업무에 사용된다. 이메일을 작성하고, 회의자료를 정리하고, 보고서의 첫 문장을 고민하며,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는다. 회의가 끝나면 다시 내용을 정리하고 다음 업무계획을 작성한다. 하나하나는 길지 않아 보이지만 모아 놓으면 하루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이러한 업무방식을 바꾸고 있다. AI를 하루 종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업무 가운데 AI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루 30분 정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습관만 만들어도 반복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업무에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출근 후 첫 10분을 생각해 보자. 받은 이메일 가운데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 직접 이메일 답장을 처음부터 작성하는 대신 핵심 내용과 원하는 답변 방향을 제시하고 초안을 받은 뒤 자신에게 맞게 수정하면 작성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다음 10분은 자료조사와 문서 작성에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AI에 시장의 특징과 고객층, 경쟁 상황을 정리하도록 요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백지에서 시작하는 대신 목차와 초안을 만든 뒤 담당자가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추가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마지막 10분은 회의와 업무 정리에 활용할 수 있다. 회의 메모를 핵심 쟁점, 결정사항, 담당자별 실행과제로 정리하거나 하루 동안 처리한 업무를 바탕으로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퇴근 직전 업무를 다시 정리하느라 소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상공인에게도 활용 방법은 다양하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은 고객 후기를 AI로 분류해 자주 등장하는 칭찬과 불만을 파악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자는 상품의 특징을 입력해 여러 형태의 상품 설명과 SNS 홍보 문구 초안을 만들 수 있다. 중소기업 영업담당자는 고객별 상담 내용을 정리하고 후속 연락에 사용할 이메일 초안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한 시간가량을 홍보 콘텐츠 제작에 사용하던 소상공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주제 선정부터 제목, 본문 작성까지 모두 직접 처리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주일치 콘텐츠 주제를 AI와 먼저 기획하고 초안을 만든 뒤 실제 상품정보와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수정한다면 작업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다. 절약한 시간은 고객 응대나 상품 개발 등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업무시간 절반 줄이기'는 모든 직무의 전체 근무시간이 실제로 50% 감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AI 활용 효과는 직무와 숙련도, 업무의 반복성에 따라 달라진다. 핵심은 문서 초안이나 자료 정리처럼 AI가 지원하기 좋은 업무의 처리시간을 줄이고, 확보된 시간을 더 가치 있는 업무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택호 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학과)는 "AI 활용의 목적은 사람을 더 바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업무를 줄이는 데 있다"며 "하루 30분이라도 자신의 실제 업무에 AI를 꾸준히 적용해 보면 어떤 일을 AI에게 맡기고 어떤 일을 사람이 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단순히 '보고서를 작성해 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보고서의 목적과 독자, 필요한 분량, 반드시 포함해야 할 내용,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알려줄수록 활용도가 높아진다. 결국 AI 시대의 새로운 업무능력 가운데 하나는 필요한 결과를 얻어내는 질문 능력이다.
AI가 작성한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숫자와 사실관계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기업 내부자료나 개인정보, 영업기밀 등을 외부 AI 서비스에 무분별하게 입력해서는 안 된다. 최종 결과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업무 혁신은 거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 작성해야 할 이메일 한 통, 내일 사용할 회의자료 한 장, 반복해서 만드는 보고서 하나에서 시작할 수 있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사람은 단순히 오래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하루 30분 AI 활용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판단하고 관계를 만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시간관리이자 업무 경쟁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