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길이 있는 땅을 샀는데, 왜 건축할 수 없었을까

현황도로만 믿고 토지를 계약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분쟁

 

 

신승철 공인중개사 | FREEPLAN 집사장

토지를 보러 갔을 때 차량이 드나드는 포장도로가 있고, 주변에 이미 주택까지 들어서 있다면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한다.

“차도 다니고 옆집도 지었으니, 이 땅도 건축할 수 있겠지.”

지적도에 길이 표시돼 있거나 토지대장상 지목이 ‘도로’라면 더욱 안심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차량과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길이 건축허가에 필요한 도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눈앞의 길이 아니라 그 길의 법적 성격이다.

◇ ‘차가 다니는 길’과 ‘건축법상 도로’는 다르다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현황도로’란 실제로 사람들이 통행하고 있는 길을 가리키는 실무적 표현이다. 길이 포장돼 있고 차량이 오랫동안 다녔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그 자체로 건축법상 도로라는 의미는 아니다.

건축법은 도로를 별도로 정의한다. 원칙적으로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일정 너비 이상의 도로이면서, 관계 법령에 따라 신설 또는 변경에 관한 고시가 된 도로이거나 건축허가·신고 과정에서 허가권자가 위치를 지정해 공고한 도로여야 한다.

건축물의 대지는 원칙적으로 이러한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 연면적 합계가 2,000㎡ 이상인 건축물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너비 6m 이상의 도로에 4m 이상 접해야 하는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따라서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질문은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가”가 아니다.

“이 길이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11호에서 정한 도로에 해당하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법제처 역시 지목이 ‘도로’이고 실제로 도로로 사용되는 토지라도 건축법이 정한 도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건축법상 접도의무를 충족하는 도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바 있다.

 

즉, 다음 세 가지는 서로 같은 말이 아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

▶토지대장상 지목이 ‘도로’인 토지

▶건축허가의 접도요건을 충족하는 건축법상 도로

 

 

◇ 주변에 건물이 있다고 내 땅도 건축된다는 보장은 없다

토지를 검토할 때 가장 쉽게 빠지는 착각이 있다.

“이 길을 이용해 옆집도 건축했으니, 내 땅도 문제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접 건축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검토하는 토지도 같은 조건으로 건축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옆 건물은 과거 법령이나 당시의 허가조건을 적용받았을 수 있다. 별도의 도로사용 동의를 받았거나 건축법상 접도의무의 예외를 인정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후 토지가 분할되거나 소유자가 바뀌면서 현재의 권리관계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과거에 건축허가가 한 번 나왔다는 사실과 현재 새로운 건축계획으로 다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구분해야 한다.

확인해야 할 것은 주변 건물의 존재가 아니라 해당 토지와 진입도로에 적용되는 현재의 법적 조건이다.

 

◇ 지목이 ‘도로’여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지목은 토지의 주된 이용 상태를 지적공부에 구분해 표시한 것이다. 반면 건축법상 도로는 건축물의 출입·피난·방화와 도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건축법이 별도로 정한 개념이다.

따라서 토지대장에 지목이 ‘도로’라고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축법상 도로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지목이 전·답·대지·임야라고 해서 현재 통행로로 전혀 사용될 수 없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지목과 현황이 다르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개발행위허가, 농지·산지 관련 절차와 지목변경 등 별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적도와 토지대장만 보고 도로 검토를 끝내는 것은 위험하다.

관할 행정기관에서 도로의 지정·공고 여부와 지정 근거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건축법상 도로관리대장과 과거 건축허가 자료까지 살펴봐야 한다.

 

 

◇ 오래 사용한 현황도로라면 당연히 인정될까

오랫동안 주민들이 이용한 사실상의 통로라고 해서 자동으로 건축법상 도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건축법은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한 사실상의 통로 가운데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정한 경우, 이해관계인의 동의 없이도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로로 지정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 사용했으니 당연히 도로로 인정된다”는 규정이 아니다.

해당 통로가 지자체 조례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수 있는지, 도로의 폭과 경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현황도로 일부에 사유지가 포함돼 있거나 소유자 사이에 분쟁이 있다면 지정 절차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건축법 제44조에는 해당 건축물의 출입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의 접도의무 예외도 있다. 실제로 건축법상 도로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진입 여건이 확보됐다는 이유로 예외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장에 길이 있다는 이유로 매수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 통행 여건, 주변 상황 및 허가권자의 구체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지므로 계약 전에 예외 적용을 당연한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 진짜 놓치기 쉬운 문제는 ‘도로’와 ‘통행권’이 별개라는 점이다

도로 검토에서 가장 까다롭지만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다.

건축법상 도로 여부는 행정법상의 문제이고, 타인 소유 토지를 실제로 통행할 권리가 있는지는 민사상의 문제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됐다는 사실만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사람이나 통행자에게 그 사유지를 자유롭게 통행하고 방해를 제거해 달라고 요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당연히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그 판결이 건축법상 도로 지정에 필요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자동으로 대신하는 것도 아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토지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통행 대상 토지의 소유자에게 가장 손해가 적은 장소와 방법을 고려해 인정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계약 전에는 두 가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첫째, 해당 길이 건축허가에 사용할 수 있는 건축법상 도로인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그 길에 타인 소유 토지가 포함돼 있다면 매수인이 실제로 계속 통행하고 공사차량을 진입시킬 수 있는 권원을 확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어느 하나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 계약 후에는 어떤 손해가 발생하는가

다음은 도로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 사례다.

매수인이 전원주택을 신축하기 위해 토지를 계약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장에는 폭이 약 3~4m인 포장도로가 있고 차량도 통행한다. 지적도에도 길 형태가 나타나 있으며 주변에는 기존 주택이 있어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건축설계를 시작한 뒤 진입로 일부가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되지 않은 사유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도로로 지정하려면 소유자의 동의 또는 별도의 심의가 필요한데, 소유자는 사용승낙의 대가를 요구하거나 아예 동의를 거부한다.

이때 손해는 단순히 “건축허가가 늦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축사 설계비와 토목설계비가 이미 지출될 수 있다.

도로 확보를 위해 추가 토지를 매수하거나 사용 대가를 지급해야 할 수 있다.

도로 폭과 건축선을 다시 반영하면서 건물 배치와 주차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 있다.

계획했던 건축면적이나 건축물 용도를 줄여야 할 수 있다.

인허가가 지연되는 동안 대출이자와 보유비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도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건축계획을 포기하고 토지를 다시 매각해야 할 수 있다.

재매각 과정에서 도로 문제가 가격 협상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도로 문제가 발견됐다고 해서 매매계약을 언제나 당연히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 당시 건축 목적을 매도인에게 명확히 알렸는지, 매도인이나 중개 과정에서 어떤 설명이 있었는지, 도로와 인허가에 관한 특약을 어떻게 정했는지, 실제로 건축이 불가능한지 아니면 추가 절차를 통해 가능한지 등에 따라 계약상 책임과 해제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건축하려고 산 땅인데 건축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계약금을 곧바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 토지이용계획확인서만으로 도로 검토가 끝나지 않는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는 용도지역·지구·구역과 각종 행위제한을 파악하는 기본자료다. 하지만 특정 현황도로가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됐는지, 진입 구간 전체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매수인에게 사법상 통행권이 확보돼 있는지까지 모두 확인해 주는 서류는 아니다.

토지를 건축 목적으로 매수한다면 최소한 다음 순서로 확인해야 한다.

 

  1. 1. 첫 번째는 ‘진입 경로 전체’를 보는 것이다.

매수 대상 토지 앞부분만 확인하지 말고 공공도로에서 해당 토지까지 연결되는 전 구간을 지적도와 현장에서 대조해야 한다. 중간에 폭이 좁아지는 병목 구간이나 타인 소유 필지가 끼어 있을 수 있다.

 

2. 두 번째는 각 필지의 소유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진입로가 국가·지방자치단체 소유인지, 개인 단독소유인지, 여러 명의 공유인지 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공유토지라면 일부 공유자의 승낙만으로 충분한지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3. 세 번째는 건축법상 도로 여부와 근거를 관할 행정기관에 확인하는 것이다.

단순히 “이 땅에 집을 지을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것보다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이 필지가 접한 통로가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11호에 따른 도로인지, 그렇다면 어떤 법령이나 지정·공고를 근거로 인정되는지, 도로의 법정 경계와 폭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축법에 따라 지정된 도로라면 도로관리대장과 지정·공고 자료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4. 네 번째는 현황 폭이 아니라 법적 경계와 유효 폭을 확인하는 것이다.

포장된 부분의 폭과 지적 경계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담장이나 배수로, 경사면이 포함돼 실제 차량 통행 폭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경계가 불명확하다면 지적측량과 건축사의 배치 검토가 필요하다.

 

5. 다섯 번째는 통행의 사법상 권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사유지가 포함돼 있다면 토지사용승낙서의 존재만 볼 것이 아니라 사용 목적, 사용 기간, 통행 가능한 사람과 차량의 범위, 공사차량 통행과 굴착·포장 가능 여부, 소유권이 바뀌었을 때의 효력, 유지보수 비용 부담 등을 검토해야 한다.

단순한 구두승낙이나 기존 소유자 개인에게만 한정된 승낙은 향후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통행지역권 설정등기, 도로 지분 취득 또는 별도의 사용계약처럼 권리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계약서에는 ‘건축 가능’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적을 적어야 한다

도로와 인허가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해야 한다면 “건축이 안 되면 계약을 해제한다”는 막연한 문구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어떤 용도의 건축물을 어느 정도 규모로 계획하는지, 확인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매도인이 도로 관련 서류와 인허가 검토에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 건축법상 접도요건이나 통행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계약금과 지급금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인허가 조건은 필지와 건축계획마다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특약을 모든 거래에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건축사와 관할 행정기관의 사전 검토를 거쳐 계약 목적에 맞게 작성하고, 분쟁 가능성이 큰 거래는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 토지 앞에 길이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

토지의 도로 문제는 지적도 한 장이나 현장 방문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황도로가 있는지, 지목이 도로인지,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되는지, 법정 폭과 접도 길이를 충족하는지, 타인 소유 토지를 실제로 통행할 권리가 있는지를 각각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특히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된다는 사실과 사유지를 계속 사용할 민사상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서로 대신할 수 없다.

좋은 토지는 단순히 길이 보이는 토지가 아니다.

계획한 건축물의 인허가에 사용할 수 있는 도로가 확보돼 있고, 실제 통행과 공사에 필요한 권리까지 안정적으로 확보된 토지가 좋은 토지다.

토지를 계약하기 전에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차가 들어갈 수 있습니까?”가 아니라,

“이 길을 근거로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토지소유자가 바뀐 뒤에도 실제로 계속 사용할 권리가 확보돼 있습니까?”

도로 문제로 인한 손해를 막는 출발점은 바로 이 두 질문을 구분하는 데 있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령과 판례를 기준으로 작성한 정보이며, 개별 토지의 건축 가능 여부는 위치,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 도로 지정 현황, 지자체 조례, 개발행위허가 및 사유지 사용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매계약 전 관할 행정기관, 건축사 및 필요한 경우 법률전문가의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작성 2026.08.12 12:53 수정 2026.08.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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