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서 북극해 거쳐 로테르담으로…‘북극항로 시대’ 첫 시험대 오른다

국내 최초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2,800TEU급 ‘팬스타 아크로호’ 투입

8월 22일 부산 출항→북극해→로테르담 왕복…40~45일 일정

세계 해운물류 지도를 바꿀 가능성이 거론되는 ‘북극항로’에 부산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국적 컨테이너선이 베링해협과 북극해를 거쳐 유럽의 대표적인 물류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하는 국내 최초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이 추진된다.


단순히 배 한 척이 새로운 항로를 시험하는 차원을 넘어 향후 북극항로가 현실적인 국제물류 루트로 자리 잡을 경우 부산항이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북극항로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첫 실증 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산시는 지난 20일 오후 부산시청 국제의전실에서 ㈜팬스타엔터프라이즈, ㈜팬스타라인닷컴과 **‘북극항로 운항과 연관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민간 선사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계기로 부산시와 기업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북극항로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시청 전경


■ 8월 22일 부산항 출발…목적지는 로테르담


이번 사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구상이나 연구단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컨테이너선을 북극항로에 투입한다는 점이다.


팬스타라인닷컴은 극지 운항에 적합한 내빙(耐氷) 성능을 갖춘 **2,800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를 투입할 예정이다.


선박은 오는 8월 22일께 부산항을 출항해 베링해협과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으로 향한다.


부산시가 공개한 자료 3쪽의 시범운항 계획을 보면 항로는 부산항→북극해(NSR)→로테르담→부산항의 왕복 형태이며 전체 운항기간은 약 40~45일로 계획됐다.


화물 적재 목표는 1,300TEU다. 


이번 시범운항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운협회가 주관한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처음 추진되는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이라는 점에서 실제 운항 과정에서 확보되는 데이터의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왜 북극항로인가…‘아시아~유럽 물류지도’ 달라질 가능성


현재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해상운송 경로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다.


그러나 북극항로가 안정적인 상업항로로 활용될 수 있다면 기존 물류체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부산시는 북극항로 이용 시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와 비교해 운항 거리를 약 30% 줄이고 운항시간도 10일 이상 단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상운송에서 항해거리와 운항일수는 선박 연료비와 선원비, 선박 회전율, 화물 운송기간 등 물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북극항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항 여건을 갖춘다면 단순한 ‘새로운 바닷길’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국제물류망의 선택지를 확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 이동하는 화물의 경우 북극항로가 갖는 지리적 의미는 더욱 커질 수 있다.


■ 부산이 주목하는 것은 ‘항로’보다 ‘거점’


부산시가 이번 시범운항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단순히 북극해에 선박을 보내는 것 자체에 있지는 않다.


핵심은 북극항로가 활성화됐을 때 부산항이 어떤 역할을 차지할 것인가다.


부산항은 이미 세계적인 컨테이너·환적항만 가운데 하나다.


북극항로가 장기적으로 상업화될 경우 부산항이 기존 태평양과 유라시아 해상물류망에 더해 북극해를 통한 유럽 연결망까지 확보한다면 항만의 지정학적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즉 부산이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도시’가 아니라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과 화물, 기업이 모이는 거점도시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시범운항에서 부산시가 화물 유치와 행정적 지원에 참여하고, 팬스타가 실제 운항 과정에서 확보한 항로·화물운송·선박운항 정보를 부산시와 공유하기로 한 것도 이런 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 ‘팬스타 아크로호’가 가져올 진짜 자산은 운항 데이터


이번 운항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데이터다.


북극항로를 정책적으로 육성하려면 단순한 예상 운항거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운항 과정에서 기상과 해빙 상황, 선박 운항속도, 연료 소비, 항만 이용, 화물운송 안정성 등 다양한 경험과 자료가 축적돼야 한다.


팬스타는 이번 운항을 통해 확보하는 항로 여건과 화물운송, 선박운항 관련 정보를 부산시와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이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북극항로 정책을 추상적인 미래전략이 아닌 실제 선박운항 경험을 기반으로 한 산업정책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부산시 역시 이번 운항에서 축적되는 선박운항 역량과 노하우를 토대로 북극항로에서 부산이 담당할 기능을 구체화하고 거점도시 조성을 위한 지원체계와 맞춤형 정책을 단계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부산에 중요한 것은 배만 아니다…연관산업까지 봐야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경제적 효과는 선사나 항만에만 한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극지 운항에는 일반적인 해역과 다른 선박 성능과 운항기술, 안전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극항로가 상업적으로 확대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내빙선박 건조·개조, 친환경 선박기술, 선박수리, 기자재, 항해·통신장비, 항만서비스, 물류, 금융·보험 등 다양한 해양산업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목에서 부산은 항만뿐 아니라 부산·울산·경남으로 연결되는 동남권 조선·해양산업 생태계와의 연계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극항로 전략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많은 배가 지나가는가’뿐 아니라 그 선박과 화물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지역 산업이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부산항 환적 경쟁력과 북극항로 결합 가능성


북극항로가 부산에 갖는 또 다른 의미는 환적화물이다.


국제 허브항만의 경쟁력은 자국 수출입 물동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변 국가의 화물을 모아 다른 항로로 연결하는 환적 기능 역시 중요하다.


향후 북극항로가 안정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부산항이 동북아 화물을 집결시켜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보내거나, 반대로 유럽에서 들어오는 화물을 아시아 각국으로 분산하는 연결거점 역할을 확보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이번 시범운항 역시 부산항에서 출발해 북극해를 거쳐 로테르담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부산이 구상하는 ‘아시아-북극해-유럽’ 물류축의 가능성을 실제 운항으로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다.


■ 하지만 ‘수에즈 대체항로’로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북극항로의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당장 기존 수에즈항로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상업항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순히 물리적 거리가 짧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연중 안정적인 운항 가능성, 해빙과 기상변화, 극지 운항 안전성, 내빙선박 확보 비용, 보험료, 구조·구난 체계, 항만 인프라와 국제적인 운항 여건 등 여러 요소가 실제 경제성을 결정한다.


특히 이번 사업 자체가 ‘시범운항’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운항의 성과 역시 단순히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무사히 왕복했는지 여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운항시간과 비용, 화물운송 안정성, 운항상의 제약과 사업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운항은 북극항로 상용화의 결론이라기보다 본격적인 검증의 출발점에 가깝다.


■ 북극항로가 현실화되면 부산의 도시전략도 달라진다


북극항로가 부산항의 새로운 정기 물류축으로 성장한다면 장기적으로 부산의 도시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항만 물동량 확대는 항만운영에 그치지 않고 국제물류기업과 해운기업, 선박관리회사, 금융·보험, 법률·중개, 연구개발 및 해양 전문인력 수요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산의 북극항로 전략은 항만정책과 산업정책, 인재양성 정책이 함께 움직일 필요가 있다.


부산시 역시 북극항로 거점도시 조성을 미래 부산의 도약을 위한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 TJ뉴스 분석 | 북극항로의 승부처는 ‘먼저 가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느냐’


이번 팬스타 아크로호의 시범운항에서 부산이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성과는 상징적인 ‘최초’라는 타이틀에만 있지 않다.


실제 북극해를 운항하면서 축적되는 항해 데이터와 물류비용, 운항시간, 화물운송 경험을 토대로 부산항이 북극항로 시대에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여기에 시범운항 경험을 항만정책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조선·기자재·선박수리·물류·금융·보험·연구개발 등 부산과 동남권의 산업생태계로 확산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결국 북극항로 시대의 경쟁은 누가 먼저 북극해에 배를 보냈느냐보다 누가 먼저 안정적인 화물을 확보하고 운항 데이터를 축적하며 항만과 연관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구축하느냐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부산시와 팬스타의 협약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 단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이번 협약을 부산이 유럽과 아시아를 빠르게 연결하는 북극항로 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으로 평가하면서 북극항로와 해양수도 부산을 연계해 대한민국 해양물류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관심은 8월 22일 부산항을 출발하는 팬스타 아크로호가 약 40~45일간의 북극항로 왕복 운항을 통해 어떤 데이터를 가져올 것인가, 그리고 부산이 그 경험을 실제 산업과 일자리, 물류 경쟁력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TJ뉴스는 팬스타 아크로호의 출항과 북극항로 운항 결과, 부산항의 북극항로 거점화 전략과 관련 산업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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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8.21 12:13 수정 2026.08.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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