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업을 앞둔 사장이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종이가 메뉴판이다. 글씨체를 고르고 사진을 바꾸고 배열을 바꾼다. 그런데 정작 가격 옆에 붙은 숫자가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장은 많지 않다.
대개는 이렇게 정한다. 재료비를 계산하고, 근처 가게 가격을 보고, 적당히 올림한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가격 안에 부가가치세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
지난 회까지 과세 유형과 세금 일정을 다뤘다. 이번 회는 그보다 앞선 단계, 가격을 정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부가세는 사장이 내는 세금이 아니다
부가가치세는 간접세다.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과 납부하는 사람이 다르다. 실제로 부담하는 것은 손님이고, 사장은 그 돈을 받아 국세청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1만 2,000원짜리 메뉴를 팔면 손님이 결제한 금액 안에 1,091원의 부가세가 들어 있다. 사장의 통장에 1만 2,000원이 찍히지만, 그중 1,091원은 처음부터 사장의 돈이 아니었다. 잠시 보관하다 신고 기한에 넘길 돈이다.

제도의 취지로 보면 사장에게 부담이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손님은 1만 2,000원짜리 음식을 샀다고 생각하고, 사장도 1만 2,000원을 벌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를 상대하는 업종은 이런 착오가 생기기 어렵다. 거래명세서에 공급가액과 세액이 따로 찍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 소비자를 상대하는 음식점과 소매점은 부가세가 가격 안에 숨어 있다. 매일 눈으로 보는 숫자가 전부 매출처럼 보인다.
월 500만원 남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계산해보자. 월 매출 3,000만원, 재료비 40%, 인건비 700만원, 임차료 300만원, 기타 300만원이 드는 음식점이다.
사장의 계산은 간단하다. 3,000만원에서 비용 2,500만원을 빼면 500만원이 남는다. 사업계획서에도 그렇게 적었을 것이다.
여기에 빠진 것이 부가세다. 매출세액 273만원에서 과세 매입세액과 의제매입세액 142만원을 빼면 납부할 부가세는 131만원이다. 이 돈은 손님에게서 받아 보관하던 금액이므로, 실제로 사장 손에 남는 것은 500만원이 아니라 369만원이다.

계획 대비 26%가 줄었다. 1년으로 환산하면 1,570만원이다. 직원 한 사람 연봉에 가까운 금액이 계산에서 통째로 빠져 있었던 셈이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착오가 즉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달 통장에는 3,000만원이 들어온다. 부가세 신고는 6개월에 한 번이다. 그 사이 사장은 매달 500만원이 남는다고 믿으며 지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1월과 7월에 예상하지 못한 금액을 마주한다.
한 번 정한 가격은 올리기 어렵다
계산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면 고치면 된다. 문제는 고치는 방법이 가격 인상뿐이라는 점이다.
앞선 사례에서 당초 계획한 월 500만원을 회복하려면 매출이 3,144만원이 되어야 한다. 4.8% 인상이다. 1만 2,000원짜리 메뉴는 1만 2,600원, 9,000원짜리는 9,500원이 된다.

숫자로는 5%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장사를 해본 사람은 이 5%가 어떤 의미인지 안다. 단골은 가격표를 기억한다. 배달 앱에는 이전 주문 내역이 남아 있다. 재방문 손님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격이다.
인상 시점도 마땅치 않다. 개업 직후에 올리면 신뢰를 잃고, 자리를 잡은 뒤에 올리면 애써 만든 단골이 흔들린다. 결국 많은 사장이 인상을 미루고 잘못된 마진 구조를 그대로 안고 간다. 몇 년 뒤 구조를 뜯어고치는 사업장을 현장에서 적지 않게 만나는 이유다.
가격은 한 번 매기면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메뉴판을 인쇄하는 순간 그 해의 손익은 상당 부분 결정된다.
프랜차이즈에는 있고 단독 브랜드에는 없는 것
흥미로운 것은 이 문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사는 가격을 정할 때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원가와 마진을 설계한다. 전국 수백 개 매장의 원가 데이터를 갖고 있고, 세무 전문 인력이 검토한다. 가맹점주가 부가세를 몰라도 이미 반영된 가격표를 받는다.
단독 브랜드는 다르다. 가격 결정권이 온전히 사장에게 있다. 원가도 마진도 직접 설계한다. 이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틀렸을 때 알려줄 사람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를 권하려는 것이 아니다. 로열티와 물류비를 감안하면 단독 브랜드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다만 본사가 대신 해주던 계산을 사장이 직접 해야 한다는 사실은 창업 전에 인지해야 한다.
가격표를 만드는 순서
해법은 어렵지 않다. 순서만 바꾸면 된다.
많은 사장이 재료비에 원하는 마진을 붙여 판매가를 정한다. 이 방식은 부가세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원가와 마진을 더해 나온 금액을 판매가로 삼는 순간, 그 안에서 부가세가 마진을 깎아먹는다.
맞는 순서는 이렇다. 먼저 원가와 목표 마진을 더해 공급가액을 정한다. 그리고 그 금액에 부가세 10%를 얹어 판매가로 삼는다. 원가 4,800원에 마진 6,200원을 원한다면 공급가액은 1만 1,000원, 판매가는 1만 2,100원이 된다.
반대로 판매가가 시장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업종이라면 계산도 반대로 하면 된다. 목표 판매가를 1.1로 나눈 금액이 실제 매출이다. 1만 2,000원짜리 메뉴의 실제 매출은 1만 909원이며, 원가율은 이 금액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
계산기 한 번이면 끝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 한 번을 하지 않아 연간 1,500만원이 사라진다.
사업계획서에 매출만 적고 세금을 적지 않은 사람은 이 계산을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메뉴판을 만들면서 세금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첫 부가세 신고서를 받아 든 뒤에야 자기 가격표를 다시 보게 된다.
가격은 마케팅이 아니라 회계에서 시작된다. 얼마에 팔고 싶은지보다, 얼마가 남아야 하는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