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중심 시대, 간호교육이 마주한 본질적 질문
오늘날 헬스케어 산업은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등 첨단 기술 도입이 가장 빠르게,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최전선이다. 가상현실을 통한 해부학 학습부터 인공지능 기반의 환자 상태 예측 시스템까지, 의료 현장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의 본질은 차가운 데이터나 기계적 숙련도가 아닌, 오히려 ‘인간적인 요소’로 깊이 회귀하고 있다.
환자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숨소리에서 불안을 읽어내는 공감 능력,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키는 소통 태도, 그리고 첨단 기계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전인적 돌봄은 여전히 숙련된 간호사의 가장 강력한 핵심 역량이다. 기술은 진단과 처치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지만, 환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의 과정을 함께 견디는 일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에서 한양대학교 인공지능연구원 연구교수이자 (주)널싱엑스알의 여지영 대표는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돌봄을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첨단 에듀테크가 발전할수록 교육이 향해야 할 나침반은 결국 환자를 향한 진정성 있는 태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그는 헬스케어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
◇‘지식 전달’을 지나 ‘사고 과정’을 시각화하다(AI Connect Nurse)
기존 간호 실습 교육은 표준화된 절차와 핵심 술기를 익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다만 제한된 실습 시간과 인력, 장비, 환자 안전 문제로 인해 학생 개개인이 다양한 임상 상황을 충분히 경험하고 반복 훈련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정해진 순서를 따라 수행하는 교육만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 상태를 해석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실제 임상 현장의 복잡성을 모두 담아내기 어렵다.
반면 널싱엑스알의 대표 솔루션인 간호교육시스템 AI Connect Nurse와 요양보호사 교육 시스템 CareXpert는 교육의 초점을 ‘결과물’이 아닌 ‘학습자의 판단 경로’에 맞추며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한다. 여지영 대표는 “학생이 무엇을 선택했는지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돌아보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결과뿐 아니라 판단의 근거와 과정까지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널싱엑스알이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출시된 초기 상용화 버전은 실제 임상 상황을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 학습과 반복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향후에는 학습자가 어떤 단서를 확인하고 어디에서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지 분석해 개인별 피드백을 제공하고, 지식·술기·의사소통·태도를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음성 및 상호작용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기능 역시 교육적 타당성과 안전성,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단일 콘텐츠를 넘어선 교육 인프라, ‘Care Intelligence Campus’
여지영 대표가 최근 역점을 두고 확장하고 있는 무대는 개별 교과목용 콘텐츠 개발이라는 단계를 뛰어넘은 ‘교육 인프라 구조화’이다. 에듀테크가 흥미 위주의 시각 자료를 제공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진정한 공교육 및 임상 현장의 표준이 되기 위해서는 거대한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강의실에 앉아 있어도 학생들은 결코 같은 출발선에 있지 않다”
이 같은 예리한 현장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Care Intelligence Campus 비전은 헬스케어 교육의 근본적인 뼈대를 완전히 재설계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육 환경에서는 교수자가 수십 명의 학생 개개인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렸는지 일일이 파악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Care Intelligence Campus 환경에서는 AI를 통해 학생들이 임상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지 그 사고 과정을 투명하게 시각화하여 확인할 수 있다. 교수자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놓친 핵심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내고, 훨씬 더 깊이 있고 입체적인 개입을 실행할 수 있다. 나아가 교육 목표, 임상적 안전성 가이드라인, 그리고 엄격한 교수자 검증 체계를 플랫폼 내에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디지털 교육이 자칫 놓치기 쉬운 ‘현장 신뢰성과 책임성’을 가장 견고하게 확보하고자 설계된다는 점이 이 인프라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랩(Lab)의 연구를 사회적 가치로 연결하다
여지영 대표는 오랜 고민 끝에 2026년 2월, 한양대학교 간호대학 교수직을 사임하고 동 대학의 인공지능연구원 연구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양대학교 스핀오프 기업인 널싱엑스알을 이끌며, 간호교육 현장에서 축적한 전문성과 연구 성과를 실제 교육 기술로 구현하는 개발과 사업화에 본격적으로 전념하고 있다.
간호학 교수로서의 깊은 전문성과 수많은 임상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된 널싱엑스알의 거침없는 행보는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에듀테크 및 헬스케어 교육 시장으로 당당히 확장되고 있다. 대학 연구실의 순수한 아이디어를 실험실 창업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다시 현장 중심의 고도화된 에듀테크 인프라로 발전시킨 여지영 대표의 모델은 학문적 성과가 산업적 가치로 이어지는 연구자 중심 창업의 가장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사례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직 모든 기능과 인프라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널싱엑스알은 완성된 미래를 앞세우기보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초기 제품을 먼저 출시하고 교육자와 학습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대학의 연구 성과를 제품으로 연결하고, 다시 현장 검증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다.
여 대표는 널싱엑스알의 장기적 지향점을 간호교육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현재의 교육 솔루션을 기반으로 학습자의 임상추론과 의사소통, 환자 안전 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보건의료 현장의 돌봄 역량을 높이는 지능형 교육 인프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과 확장현실이라는 차세대 첨단 기술이 의료 현장과 교육의 경계를 무너뜨릴 만큼 깊숙이 스며드는 시대, 널싱엑스알이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울림이 크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발전할수록 교육이 향해야 할 방향은 차가운 효율성의 극대화가 아니라, 환자 한 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닿는 가장 따뜻하고 인간적인 ‘돌봄의 기술’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만드는 기술과 인프라의 최종 목적지는 언제나 사람이다. 국경과 기술의 경계를 아우르며 환자 중심의 진정한 돌봄 가치를 전 세계 보건의료교육 현장에 뿌리내리게 할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곧 환자를 향한 따뜻한 온기로 치환되는 보건의료교육 생태계를 완성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
널싱엑스알이 그려가는 차세대 헬스케어 교육의 청사진이 앞으로 전 세계 보건의료 생태계 전반에 어떤 선한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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