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준수 기자 = 감정평가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과연 1억 원짜리 보증보험으로 수십억 원대 재산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필자는 큰 의문이 든다.
감정평가사에게 부실 감정의 책임을 묻는 현행 체계는 행정적 책임(징계), 민사적 책임(손해배상), 형사적 책임(벌칙) 등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재건축·재개발처럼 수십억~수백억 원대 재산권이 걸린 사안에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 제28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감정평가법인 등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증보험의 가입 금액은 시행령상 감정평가사 1명당 1억원 이상에 불과하다. 재건축사업 한 건에서 조합원 수십·수백 명의 종전자산 평가 오류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 규모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징계(제39조)는 자격 취소, 등록취소, 업무정지, 견책 등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지만, 징계 정보 공개 기간이 자격·등록취소 3년, 업무정지 기간 상당, 견책 1년 등으로 제한적이어서, 조합원이 감정평가사를 선정하거나 사후에 그 이력을 검증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손해배상소송에서 조합원이 감정평가사의 고의와 과실과 '현저한 차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는, 결과적으로 부실 감정의 경제적 부담을 피해자인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본 칼럼은 한국인터림협회 김준수 회장이 현행 감정평가사 책임 체계의 한계를 짚고,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의 특수성(고액·다수 이해관계자)에 맞는 책임 강화 방안을 제안하고자 작성한 칼럼이다.
왜 '부실 감정의 대가'를 물어야 하는가. 앞선 세 편의 칼럼에서 살펴본 것처럼, 종전자산 감정평가는 조합원의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배분하는 절차이고, '현황' 기준의 모호성이나 용적률(행정적 조건) 반영 소홀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등 구조적인 공백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그 경제적 대가를 궁극적으로 누가 부담하는지를 따져보면 이야기는 한층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감정평가사는 국가로부터 자격을 부여받아 공적 가치판단을 내리는 전문가로서 그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에서 그 책임이 실제로 얼마나 무겁게, 그리고 실효적으로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필자는 현행 책임 체계와 '실제 작동'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문제를 짚고자 한다.
감정평가사 책임의 한계와 문제점을 살펴보면 행정적 책임인 징계 (감정평가법 제39조)에 대해서 국토교통부장관은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 관련 법령·준칙을 위반한 경우,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자격의 취소, 등록의 취소, 업무정지, 견책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다. 자격·등록취소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유가 아닌 한, 대부분의 위반행위는 업무정지 또는 견책 수준에서 처리된다.
또한 민사적 책임인 손해배상(감정평가법 제28조)은 감정평가법인 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감정평가 당시 적정가격과 현저한 차이가 나게 감정평가함으로써 감정평가 의뢰인이나 선의의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으며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감정평가법인 등은 보증보험 가입 또는 협회 공제사업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으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큰 문제다.
더하여 형사적 책임은 벌칙인데 감정평가법은 감정평가사가 허위로 감정평가를 하거나 자격증을 부당하게 대여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별도의 형사처벌 규정(벌칙)을 두고 있다. 다만 형사처벌은 고의성이 뚜렷한 극단적 사례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아, '과실에 의한 부실 감정'이 문제 되는 대다수의 분쟁에서는 사실상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현행 법체계의 이런 조항을 살펴보면 이론적으로는 촘촘해 보이지만, 실제 재건축·재개발처럼 다수의 조합원과 고액의 재산권이 걸린 사안에서 각각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하는지는 별도로 검토가 필요하다.
손해배상책임의 실효성이 없는 보증보험 1억 원의 함정,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보증보험의 가입금액이다. 감정평가법 시행령은 감정평가법인등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그 보험 가입금액을 감정평가사 1명당 1억원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개별 감정평가건별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라, 해당 감정평가사(또는 법인 소속 감정평가사 전체)가 일정 기간 수행한 모든 감정평가에서 발생, 가능한 손해배상책임을 포괄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한 건의 종전자산 감정평가 오류가 미치는 파급 범위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정비구역에는 수백 명의 조합원이 있고, 상대적 가치비율 산정에 오류가 생겼다면 그 오류는 특정 조합원 한 명이 아니라 특정 블록 및 평형에 속한 다수의 조합원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조합원 한 명당 종전자산 평가액 차이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정평가사 1명당 1억원이라는 보증보험 한도는 1개의 정비사업 구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설령 조합원이 소송을 통해 감정평가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실제로 지급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보증보험 한도 또는 협회 공제사업의 보상한도 내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손해배상 '책임의 인정'과 '배상금의 실제 회수'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후자의 실효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도 전체의 억지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징계제도의 한계, 정보는 공개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감정평가법은 징계 정보를 관보에 공고하고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 공개·열람 가능 기간은 징계 종류별로 짧게는 1년(견책), 길게는 10년(자격·등록취소, 열람 신청 기준) 수준으로 제한되어 있다.
업무정지의 경우 열람 가능 기간이 5년으로, 정비사업처럼 감정평가 시점부터 소송·분쟁이 마무리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 정작 필요한 시점에 관련 정보가 사라져 있을 수 있다.
또한 조합이 감정평가법인(감정평가사)을 선정하는 단계에서, 조합원이 해당 법인·감정평가사의 과거 징계 이력을 사전에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징계 제도는 사후적·상징적 제재로서는 기능하지만, 조합원의 사전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정보 제공 기능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형사책임과 그 문턱에 대해서 살펴보면 형사처벌은 감정평가사에게 가장 무거운 책임 추궁의 수단이지만, 그만큼 적용 문턱도 높다. 형사처벌이 성립하려면 통상 '허위 감정'이라는 고의성이 뚜렷하게 입증되어야 하며, 단순히 감정평가 기준의 해석을 잘못 적용했거나 개별요인 비교에서 특정 요소(예: 용적률)를 소홀히 반영한 수준의 과실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결국 앞선 칼럼들에서 지적한 유형의 문제를 다시 짚어보면 현황 기준의 모호성, 행정적 조건의 반영 소홀 등은 대부분 민사적 손해배상 또는 행정적 징계의 영역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위에서 살펴본 한계에 부딪힌다. 필자는 더 이상 선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고 피해가 발생되었다면 형평성에 맞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현행 체계가 조합원에게 남기는 부담, 앞서 언급한 세가지 책임 체계를 종합하면, 결국 부실감정의 경제적 부담이 상당 부분 피해 조합원에게 남겨지는 구조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손해배상을 받으려 해도 조합원이 위법·부당성과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설령 입증에 성공해도 배상금은 보증보험·공제사업의 한도 내로 제한될 수 있다.
징계는 이루어지더라도 그 정보가 조합원의 사전 선택이나 장기적 검증에 충분히 활용되기 어렵고, 형사처벌은 고의성이 뚜렷한 예외적 사례에 국한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감정평가사·감정평가법인 입장에서 부실감정에 따른 기대 손실이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감정평가의 신중성을 담보하는 유인을 약화시킬 위험으로 이어진다.
필자가 개선 방향에 대해 제언을 드리는 것은 정비사업 특화 손해배상 보장 금액 상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처럼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고액의 재산권이 걸린 도시정비평가에 대해서는, 감정평가사 1인당 1억원이라는 일반 기준과 별도로, 사업 규모에 연동한 별도의 손해배상 보장금액(추가 보증보험 또는 특약)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징계 정보 열람 기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정비사업 관련 소송·분쟁이 통상 수년간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도시정비평가와 관련된 징계 정보에 한해서는 열람 가능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조합의 감정평가사 선정 단계에서 징계 이력 확인 의무화가 필요하다. 조합이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할 때 국토교통부 감정평가 정보체계상 최근 징계 이력을 확인하고 이를 총회 등에 보고하도록 절차화할 필요가 있다.
입증책임 완화 또는 전환 논의가 필요하다. 감정평가 관계 법령 등 외형상 문제가 명백한 경우에는, 분쟁 시 일정 부분 입증책임을 감정평가사 측에 전환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예시 사례인 과천의 어느 정비구역의 경우처럼 더 이상 조합원들이 억울하게 느끼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하여 공적 구제기금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 보증보험·공제사업의 한도를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대비해, 유사한 전문가책임 분야(예: 건설 하자보수보증)의 공제·기금 제도를 참고해 정비사업 감정평가에 특화된 공적 구제기금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물론 감정평가사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는 존재한다. 그러나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감정평가사 1명당 1억원이라는 보증보험 한도, 제한적인 징계 정보 공개 기간, 조합원에게 무겁게 지워진 입증책임 등 이 세 가지를 겹쳐 보면, 현행 책임 체계가 재건축·재개발처럼 고액·다수 이해관계자가 걸린 사안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부실 감정의 대가를 감정평가사가 아니라 결국 조합원이 떠안게 되는 구조라면, 그 구조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자주 묻는 질문 Q&A
Q. 감정평가사가 잘못된 감정평가를 하면 어떤 책임을 지나요? / A. 크게 세 가지입니다. 행정적으로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징계(자격취소·등록취소·업무정지·견책), 민사적으로는 감정평가법 제28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형사적으로는 허위감정 등에 대한 벌칙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손해배상을 받으면 얼마까지 받을 수 있나요? / A. 이론적으로는 실제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감정평가법인등이 가입한 보증보험이나 협회 공제사업의 보상한도 내에서 지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행 시행령상 보증보험 가입금액은 감정평가사 1명당 1억원 이상으로, 정비사업 전체 손해 규모에 비해 낮을 수 있습니다.
Q. 감정평가사의 징계 이력을 미리 확인할 수 있나요? / A. 국토교통부 감정평가 정보체계 등을 통해 일정 기간 공개된 징계 정보를 열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열람 가능 기간이 징계 종류별로 1~10년으로 제한되어 있어, 오래된 이력은 확인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형사처벌은 어떤 경우에 가능한가요? / A. 허위로 감정평가를 하거나 자격증을 부당하게 대여하는 등 고의성이 뚜렷한 행위에 한해 형사처벌 규정이 적용됩니다. 단순한 기준 해석의 오류나 특정 요인의 반영 소홀 같은 과실 수준의 문제는 통상 민사·행정 책임의 영역에서 다뤄집니다.
Q. 조합원이 감정평가사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 A. 가능합니다. 감정평가법 제28조는 감정평가 의뢰인뿐 아니라 '선의의 제3자'도 손해배상청구권자로 규정하고 있어, 조합원도 일정한 요건 하에 감정평가법인등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법·부당성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청구하는 조합원 측에 있습니다.
※ 이 칼럼은 특정 판결이나 특정 감정평가법인의 법적 책임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정평가사 책임 체계(징계·손해배상·형사처벌)의 구조와 실효성을 짚어 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화에 기여하고자 작성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