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재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 방식이 전시와 상담 중심에서 실제 판매와 구매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넓어지고 있다.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는 하얼빈 중앙홍그룹과 함께 한국 혁신소비재를 현지 매장에 입점시켜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고, 직접구매와 유통망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시장에 제품을 소개하는 일과 실제로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일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전시회나 수출상담회에서 바이어를 만나는 것만으로는 제품의 시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수입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조건으로 구매하는지, 현지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지, 첫 판매 이후 재주문으로 이어지는지까지 확인해야 중국사업의 다음 단계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가 하얼빈 중앙홍그룹과 함께 ‘2026 한국 혁신소비재 중국시장 실판매·직접구매 파일럿’을 추진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기업 5개사를 선정해 기업당 3~5개 SKU를 우선 검토하고, 중국 수입 가능성과 가격경쟁력, 실제 판매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는 방식이다.
첫 판매 장소는 하얼빈 중앙대가에 있는 중앙상성(中央商城)이다. 판매 결과를 확인한 뒤 중앙홍그룹 산하 커뮤니티 슈퍼와 하얼신(哈尔信), 샤웨량(小月亮) 편의점 등 다른 유통망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를 협의한다. 자료에는 그룹의 판매 접점이 3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제시돼 있지만, 모든 참여 제품의 입점이나 확대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직접구매 조건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자료는 선정기업의 1차 최소 발주금액을 기업당 1억원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최종 발주금액은 SKU 구성과 수입·통관 조건, 구매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기업당 1억원 구매가 확정됐다’고 이해하기보다는,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구매 조건을 협의하는 사업 구조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러한 방식은 중국시장 진출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를 한 단계씩 확인하려는 접근이다.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려면 제품의 특성에 따라 등록이나 비안, 라벨, 인증, 수입·통관 등의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프로젝트 역시 중국 인허가가 없는 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되, 제품별 규제 속성을 먼저 판단한 뒤 필요한 절차를 설계하도록 하고 있다.
식품은 중국 기준과 라벨, 해외 제조기업 등록 등을 확인해야 하고, 화장품은 일반화장품과 특수화장품 여부에 따라 필요한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 전자·생활제품 역시 CCC 등 강제인증 적용 여부를 제품별로 판단해야 한다. 비용과 기간 역시 제품과 절차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사업 자료에서 명시하고 있다.
결국 중국시장 진출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만이 아니다. 어떤 제품으로 분류되는지, 어떤 수입 절차가 필요한지, 어느 가격에서 경쟁할 수 있는지, 누가 구매할 수 있는지, 실제 매장에서 판매되는지, 판매 이후 재주문이 가능한지까지 연결해서 봐야 한다.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 윤교원 대표가 그동안 추진해 온 중국사업도 이러한 ‘연결’의 경험을 축적해 온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회사 홈페이지 기획자료에 따르면 윤 대표는 2012년 한중 수출연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중국 IPTV와 콘텐츠 유통, 기업·브랜드의 중국 수출 연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2014년에는 ㈜한류TV서울을 창업하고 중국 IPTV에 한류채널을 송출했으며, 이후 상하이 IPTV 홈쇼핑과 한국 기업의 중국 수출 연결, 의료기기·미용기기 수출, 지방정부 협력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2024년에는 항저우 롄화마켓과 한국상품 공급 협약을 체결했고, 2025년에는 상하이 현지 지사를 설립하는 등 중국 현지 유통과 사업 거점에 관한 활동을 이어갔다. 회사 자료에는 2026년 중국 AI 교육·컨설팅 관련 MOU 체결 내용도 기재돼 있다. 이 같은 경력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중국 현지 네트워크의 숫자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를 중국 플랫폼에 공급하고, 한국 기업의 제품을 현지 유통망과 연결하며, 수출 이후 사업 확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이번에는 소비재의 ‘실판매 검증’이라는 형태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측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담당하는 역할도 제품 모집에 그치지 않는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기업 모집과 선별, 제품자료 정리, 중국시장 진입 진단, 유통 파트너 협의, 수입·규제 프로젝트 관리, 실판매 데이터 정리와 후속 사업화 등을 맡는다.
다만 여기서도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중국 유통망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곧바로 판매량이나 수출계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 입점과 직접구매는 제품 적합성, 중국 수입·통관 요건, 가격경쟁력, 공급 안정성, 구매심사 등을 거쳐 결정되며 세부 조건은 정식 계약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이번 파일럿의 의미는 ‘중국에서 성공한 제품을 만들어 주는 것’에 있다고 보기보다, 초기 단계에서 실제 시장 데이터를 확보해 다음 의사결정에 필요한 근거를 만드는 데 있다.
판매가 확인되면 재발주와 점포 확대를 검토할 수 있고,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가격이나 SKU, 유통방식 등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필요할 경우 OEM·ODM이나 현지화 가능성까지 후속 검토 대상이 된다. 중국시장 진출은 이제 ‘중국 바이어를 만났는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실제 수입과 판매가 가능한 구조인지, 첫 주문 이후에도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하얼빈 실판매·직접구매 파일럿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와 상담을 사업의 종착점으로 보지 않고, 실제 판매를 통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중국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연결의 개수보다 연결 이후의 구조다. 제품이 현지 시장에 들어가고, 판매되고, 데이터를 만들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주문하거나 다른 유통망으로 확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장진입의 실질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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