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이 곧 문해력이다 - 서울 동대문구 ‘초등전문 휘경논술’ 김양규 대표

 

  

본문이미지

▲ [휘경논술] 김양규 대표    

 

 

글을 처음 읽는 아이들은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부모에게 묻는다. ‘우왕좌왕이 뭐야?’, ‘은근슬쩍은 무슨 뜻이야?’ 하고 질문한다. 뜻을 모르고 읽기만 하면 답답하고 내용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량이 늘어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런 질문들은 줄어든다. 글의 전체적인 내용이 대충 이해가 되면 모르는 어휘의 뜻을 굳이 찾아보거나 질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 어휘의 뜻을 확인하는 일을 귀찮은 과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해력은 ‘대충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다. 글에 담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문장과 문맥을 이해하며, 글쓴이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어휘력은 문해력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며,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와 말하기의 바탕이 된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에 형성된 어휘의 습관은 중•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진다. 역사 교과서를 읽으면서 ‘벼슬’을 쌀의 종류로 생각하거나 ‘귀양살이’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이순신 장군은 수군을 이끌고 전선에 나섰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도 ‘수군’과 ‘전선’의 뜻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문장의 뜻을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대략적인 상황만 짐작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작은 빈틈이 쌓이면 어느 순간 교과서 자체가 어려워진다는데 있다. 사회, 과학, 역사뿐만 아니라 수학에서도 문제의 핵심은 결국 언어로 제시된다. 어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의 조건을 놓치고, 글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공부가 어렵고 재미없다고 느끼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는 어휘의 의미를 잘못 이해해 엉뚱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2023년 KBS 보도에서도 사흘을 4일로,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알고 있고, 암살의 뜻을 몰라 ‘김구 선생이 암에 걸려 돌아가신 거예요?’라고 엉뚱한 질문을 한 사례가 소개되면서 이른바 ‘신문맹’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사례를 단순히 학생들의 무지로만 볼 수는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상당수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금일’에서 今(이제 금)과 日(날 일)을 알면 금일이 ‘오늘’이라는 뜻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금요일의 금은 金(쇠 금)이다. ‘암살’ 역시 暗(어두울 암)과 殺(죽일 살)을 살펴보면 ‘몰래 사람을 죽이는 행위’라는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한자어를 단순히 외우는 것보다 어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이해하는 학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비교(比較)라는 단어를 배울 때 ‘서로 견주어 살펴본다’는 뜻만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比(견줄 비)와 較(견줄 교)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면 단어의 뜻을 훨씬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관용구와 속담, 사자성어 역시 만찬가지다. 단어 하나의 뜻을 아는데서 그치지 않고 문장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까지 익혀야 한다.

 

몇 년 전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면서 문해력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 카페에서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공지하자 일부 누리꾼들이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앞으로 공지 글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올리는 게 어떨까요?’ 라며 비난하는 댓글을 남겼다. 여기서 ‘심심(甚深)하다’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임에도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으로 이해한 것이다. 어휘력 부족으로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준 사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휘력을 키울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르는 단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습관이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부모나 교사에게 질문하고, 직접 문장을 만들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번 찾아본 단어를 다시 잊지 않도록 단어의 뜻뿐 아니라 한자, 비슷한 말과 반대말, 실제 사용되는 문장까지 함께 익히면 더욱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깊이 읽는 독서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지면서 짧은 글을 빠르게 넘기거나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데 익숙해진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 문장, 한 문단을 천천히 읽으며 ‘이 단어는 무슨 뜻일까’, 왜 이런 표현을 사용했을까‘,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독서는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느냐가 더 중요하다. 하루에 책 한 권을 읽고도 모르는 단어를 하나도 찾아보지 않았다면 진정한 어휘 학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반대로 짧은 글이라도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문맥 속 의미를 이해하며 읽는다면 그것이 곧 문해력 향상의 출발점이 된다.

 

어휘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일 한 단어씩 정확하게 알고, 한 문장씩 깊이 이해하는 작은 습관이 쌓여 탄탄한 문해력이 된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는 어휘력을 확장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아이에게 “책 많이 읽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같이 찾아볼까?”라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질문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부모와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어휘력이 곧 문해력이고, 문해력은 모든 배움의 출발점이다. 모르는 단어 하나를 그냥 넘기지 않는 습관, 그것이 아이의 읽기와 쓰기,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결국 모든 교과 학습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작은 시작이다.

 

 

백태현 기자 .
작성 2026.09.11 11:23 수정 2026.09.11 11:23

RSS피드 기사제공처 : 얼리어답터뉴스 - 얼리어답터신문 / 등록기자: 백태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