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양홍석] 3군 사관학교 체제 전문성 살려, 상향적 합동성의 길 찾아야

▲양홍석/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가을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높았다. 광화문에는 사관학교 폐교, 통합 저지를 위한 1만 여 명의 범국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나 역시 국가 안보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절박한 현장에 함께 했다.

 

최근 인구 감소 변화와 교육의 효율성, 미래전 합동성 강화라는 명목 아래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물리적 통합론’이 수면 위로 떠 오르며 사회가 시끄럽다. 한반도는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이다. 무엇보다 국가 안보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한 치의 오차 없는 고도의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얄팍한 정치 목적의 단편적인 논리로 졸속 추진하거나, 변화에 부응치 못한 사관학교 기득권 보호는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통합론 논의가 우리 군의 안보 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 진정한 ‘가치 창조’ 인가, 아니면 오히려 3군 사관학교 체제의 강점과 전문성을 퇴행시키는 ‘하향 평준화’인지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의 대표작 〈도덕의 계보학〉에서 가치 체계를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의 두 축으로 대비 시켰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인 도덕’은 스스로 명예와 탁월함을 긍정하며 더 높은 가치를 개척하는 의지라 불렀다. 반면, ‘노예 도덕’은 강자의 탁월함에 대한 원한, 시기, 질시에서 출발한다. 탁월함을 악(Evil)으로 규정하고, 강자의 우월함을 깎아내려 모든 것을 안전하고 평범한 수준으로 맞추려는 ‘하향 평준화’를 선(Good)으로 포장한다.

 

언뜻 듣기에 그럴듯한 합동성을 내세우며 쿠데타 징벌과 예방 명분으로 수 십년 간 축적된 3군 사관학교의 정통성과 전문성을 해체하려는 의도는 니체가 경고한 ‘노예 도덕’의 ‘하향 펑준화’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육군의 야성과 지상전 기백, 해군의 신사도와 고립 전장에서의 결단력, 공군의 첨단 기술과 스피드는 국군 장교단의 정체성이자 무관 정신의 정수이다. 바다와 활주로의필수 인프라를 도외시한 채, 건물만을 모아놓는 ‘물리적 통합’은, 어느 전장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색무취의 장교단만 남길 위험이 크다. 지상, 해상, 공중이라는 고유 전장에 대한 완벽한 마스터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합동성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사관학교 개혁의 방향은 절대다수가 물리적 해체가 아닌 현 3군 사관학교 체제 유지를 기반으로 상향적 합동성(Top-up Jointness)을 외친다. 기존 3군 사관학교의 고유한 전문성과 정통성은 철저히 보존하고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단단한 토대 위에, 차세대 첨단 기술과 합동 작전 능력을 얹는 ‘상향 평준화’를 이뤄내야 한다.

 

‘전문성의 보존’과‘합동성의 고도화’를 결합해 가는 것이다. 생도 1학년부터 4학년 전반부 학기까지는 각 군 사관학교에서 고유의 야전 전문성과 학술적 기반을 다진다. 그리고 4학년 후반부와 임관 직후, 3군 사관생도는 각 군 사관학교를 순회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융합형 합동 프로젝트, 디지털 트윈 및 VR. AR기반의 시뮬레이션 공동 훈련을 이수토록 하는 것이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학문 탐구의 장이 아니다. 국가의 생존을 책임질 호국 간성의 뼈대를 세우는 신선한 요람이다. 진정한 혁신은 기존의 위대한 가치를 파괴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기존의 강점을 더욱 고도화하여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재창조하는 데서 온다. 사관학교 개혁 논의는 어떻게 하면 우리 군을 세계 최고 수준의 탁월한 집단으로 다시 창조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길을 찾아야 한다.

 

3군 사관학교의 80년간 명예로운 전통과 독자적 전문성을 지켜내는 바탕 위에서 미래 전장을 지배할 차세대 합동 지휘관을 양성해 내는 것이, 지금 사관학교가 걸어가야할 참된 ‘주인 도덕’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양홍석

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전)2014인천아시안게임 행사본부장

전)강원랜드 카지노본부장



 

작성 2026.09.21 22:27 수정 2026.09.2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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