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월드 유경환 대표가 직접 개발한 기능성 인솔(깔창) 브랜드 '풋나인(FOOT9)'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주)펀월드 유경환 대표가 말하는 ‘무의식 데이터’와 예측 헬스케어의 본질
스마트워치가 심박수를 측정하고 스마트반지가 수면 단계를 기록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르네상스’의 시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사용자의 손목과 손가락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기능으로 무장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충전의 번거로움과 착용의 어색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서랍 속에 방치되는 현상 역시 되풀이된다. (주)펀월드의 유경환 대표는 이 지점에서 헬스케어의 본질을 관통하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웨어러블이 진정 사람을 향하려면, 왜 유저가 기기에 맞춰 행동을 바꿔야 하는가? 사용자에게 어떠한 의도적 행동이나 의식적인 착용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매일의 일상 속에서 가장 정직하고 무거운 신체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할 수는 없을까?”
고려대학교 수학과를 거쳐 미국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대학원에서 로보틱스 석사를 마친 뒤, 단국대학교에서 공학박사(컴퓨터응용) 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 출신 유경환 대표는 그 답을 인간의 발밑, 신발 속 깔창(Insole)에서 찾았다. 센서 기술과 AI, 로보틱스 알고리즘을 결합해 ‘보행 바이오마커(보행을 통한 건강 지표)’ 분야의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온 그는 '사람이 의식하지 않아도 건강을 기록하는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무의식적 데이터 수집(Passive Data Collection)’
기존 헬스케어 기기들이 가진 치명적 약점은 ‘사용자의 지속적인 의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앱을 켜야 하고, 매일 밤 충전해야 하며, 거추장스러운 장비를 몸에 걸쳐야 한다. 유경환 대표가 정의하는 진정한 스마트 헬스케어의 출발점은 ‘비침습(Non-invasive)’을 넘어선 ‘무의식(Passive)’에 있다.
“사람은 외출할 때 신발을 신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워치는 잊고 집을 나올 수 있지만, 신발을 잊고 맨발로 나가는 사람은 없다. 유저가 무언가를 착용하고 모니터링당한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 신발을 신고 걷는 일상 동작 그 자체가 정밀한 데이터로 전환되는 ‘무의식적 수집’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헬스케어 AI의 해법이다”
펀월드가 개발한 스마트 인솔 ‘풋나인(Foot9)’은 이 철학의 집약체다. 신발 속 불과 0.5cm 남짓한 공간 안에 초미세 압력 센서와 6축 관성측정장치(IMU), 무선 통신 모듈을 매립했다. 사용자는 평소처럼 신발을 신고 걸을 뿐이지만, 풋나인은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 변화, 보행 주기, 각도,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의 충격량 등 초당 수십 건의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고주파로 안정적으로 기록한다. 특히 좌우 인솔의 시간을 정밀하게 동기화해 장시간 보행에서도 데이터 무결성을 유지하는 독자적인 데이터 획득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유 대표의 박사 연구를 통해 완성된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잡음(Noise) 속에서 '생체 고유 지문'을 추출하다
유경환 대표의 수학 및 로보틱스 전공 이력은 펀월드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만드는 핵심 무기가 됐다. 신발 속 환경은 IT 기기에게 최악의 조건이다. 체중으로 인한 강력한 연속 충격, 발에서 발생하는 습기와 고온, 보도블록, 계단, 자갈길 등 불규칙한 지면 환경 때문에 수집되는 데이터에는 수많은 ‘노이즈(Noise)’가 섞인다.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기술력은 오염된 데이터 신호 속에서 ‘사람의 고유한 보행 특성’만을 정교하게 추출해 내는 수학적 알고리즘에 있다. 로보틱스에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위치를 추정할 때 사용하는 고급 신호처리 기법과 필터링 기술을 인체 보행 분석에 적용했다”
유 대표는 이러한 환경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하드웨어 자체보다 데이터 품질에 있다고 강조한다.
“많은 기업이 AI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그 이전 단계인 데이터 획득(Data Acquisition) 자체를 혁신했다. 시간이 어긋난 데이터로는 아무리 뛰어난 AI도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없다. 좋은 AI는 좋은 데이터에서 시작되며, 데이터 분석보다 정확한 데이터 획득이 먼저라는 것이 펀월드 기술 철학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통해 펀월드는 걸음 수나 칼로리 소비량을 계산하던 기존 틀을 깨부수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걸을 때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 파형과 관성 이동 궤적 역시 개인마다 고유하다는 점에 착안해 ‘보행 기반 사용자 식별 기술’까지 확보했다. 나아가 펀월드의 데이터 분석은 ‘보행 바이오마커(Gait Biomarker)’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보행 속도의 미세한 감소, 좌우 균형의 미세한 비대칭, 발을 떼는 순간의 불규칙성은 피로의 신호를 넘어 뇌신경계나 근골격계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건강 상태의 변화를 보여주는 잠재적 생체 신호가 될 수 있다.
◆병원 밖 23시간 50분을 기록하는 디지털 파수꾼
현재 펀월드는 단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연구팀을 비롯한 다수 의료·학술 기관과 협력해 파킨슨병, 뇌졸중, 근감소증 등 퇴행성 뇌질환 및 근골격계 질환의 조기 이상 징후 발견과 재활을 지원하는 솔루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 대표가 바라보는 펀월드의 미래는 하드웨어 판매에 갇혀 있지 않다.
유 대표는 병원 밖에서 축적되는 일상 데이터가 미래 의료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매일 걷는다. 우리는 그 평범한 걸음 속에서 건강의 신호를 발견한다. 기술이 사람을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펀월드가 추구하는 헬스케어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실에서 관찰하는 시간은 한 달에 단 몇 분이지만 질병은 진료실 밖 23시간 50분 동안 진행된다. 특히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같은 질환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이상을 감지했을 때 이미 병기가 상당 수준 진행된 상태가 많다. 펀월드의 목표는 신발 밑창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보행 파형 변화를 AI가 감지해, 병원에 가기 한참 전에 미리 알람을 울려주는 ‘초기 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의료 분야를 넘어 B2B 및 B2G 산업안전 분야로 확장 중이다. 건설 현장, 조선소, 고위험 제조업 작업자의 신발에 탑재되어 작업 피로도를 실시간 측정하고, 미끄러짐, 낙상, 고독사 위험을 감지해 즉각 구호 신호를 보내는 ‘스마트 산업안전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드웨어를 넘어 ‘글로벌 보행 데이터 플랫폼’으로
유경환 대표는 펀월드의 최종 지향점을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정의한다. 신발 밑창이라는 작고 열악한 공간에서 축적된 보행 데이터는 맞춤형 신발 및 인솔 제작, 스포츠 선수 퍼포먼스 분석, 보험사 건강 증진형 상품 개발, 디지털 치료제(DTx) 개발을 위한 핵심 자산이 된다.
“기술은 화려하게 드러날 때보다, 사람의 삶 뒤에 숨어서 작동할 때 가장 강력하다. 펀월드는 인류가 매일 걷는 당연한 행위 속에서 가치 있는 건강 데이터를 발굴해 낼 것이다.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 누구나 건강을 지키고 사고를 예방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엔지니어이자 경영자로서 제가 완수할 미션이다”
‘무의식 데이터 수집’이라는 기술적 철학과 수학적 알고리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헬스케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주)펀월드 유경환 대표. 그의 발걸음이 이끌어낼 의료와 안전 분야의 디지털 혁신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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