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협상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협상을 한쪽이 이기고 다른 쪽이 지는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격협상이라면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 구매자가 승자이고, 조금이라도 비싸게 파는 판매자가 승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좋은 협상은 반드시 상대를 이겨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쪽이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가져가면 당장은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거래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 상대가 손해를 봤다고 느끼면 다음 거래에서 더 강한 조건을 요구하거나 다른 거래처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정해진 이익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중요한 조건을 찾아 전체 이익을 더 크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파이를 나누는 협상’에서 ‘파이를 키우는 협상’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품을 생산하는 A업체와 이를 판매하는 B유통업체가 납품계약을 협상한다고 가정해보자. B업체는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10%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A업체는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올라 더 이상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맞섰다.
단가만 놓고 협상하면 선택지는 많지 않다. A업체가 가격을 낮추거나 B업체가 기존 가격을 받아들이거나, 결국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업체가 질문을 바꾸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가격 외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B업체가 일정 물량을 장기간 구매하기로 약속한다면 A업체는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어 재고와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단가를 일부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B업체 역시 원하는 수준에 가까운 가격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상품 공급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공동 판촉이나 신제품 홍보를 함께 진행한다면 양쪽 모두 판매량을 늘릴 기회도 생긴다.
처음에는 ‘가격을 깎느냐, 지키느냐’의 싸움이었지만 협상 범위를 넓히자 새로운 이익이 만들어진 것이다. 소상공인의 판매 현장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고객이 50만원짜리 서비스를 두고 “5만원만 깎아주세요”라고 요청했다고 해보자. 사업자가 곧바로 할인하면 매출과 이익이 줄어든다. 반대로 단호하게 거절하면 고객을 놓칠 수도 있다.
이때 “가격 대신 어떤 조건을 제공하면 고객이 만족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추가 서비스나 재방문 혜택, 묶음 구매, 일정 조정 등을 제시할 수 있다. 고객에게 가치가 크면서 사업자에게 추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조건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협상을 위해서는 먼저 상대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고객이 가격을 깎아달라고 말한다고 해서 반드시 가장 싼 가격만 원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업체 역시 낮은 단가보다 안정적인 납품이나 품질보증, 결제조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협상가는 주장하기 전에 질문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무엇입니까?”, “어떤 부분이 해결되면 계약할 수 있습니까?”, “가격 외에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이런 질문을 통해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협상의 공간이 넓어진다.
예를 들어 판매자는 가격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구매자는 빠른 배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판매자가 배송 일정을 조정해주고 구매자가 기존 가격을 받아들인다면 양쪽 모두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얻는다. 모든 조건의 가치가 상대에게 똑같지 않다는 점이 협상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렇다고 상생협상이 무조건 양보하는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은 좋은 협상이 아니다. 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을 분명히 하면서 상대가 원하는 가치도 함께 찾아야 한다. 일방적인 희생은 상생이 아니라 불균형일 뿐이다.
특히 장기적인 거래에서는 관계 자체가 경제적 가치가 된다. 서로 신뢰가 쌓이면 계약과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확인과 갈등을 줄일 수 있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함께 만들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 번의 협상에서 얻은 작은 이익보다 지속적인 거래에서 얻는 이익이 더 클 수 있는 이유다.
좋은 협상가는 협상이 끝난 뒤 상대가 어떤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지도 생각한다. 내가 모든 것을 얻었지만 상대가 다시는 거래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협상의 목적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있지 않다. 서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조건을 조정해 처음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드는 데 있다. 상대를 이겨 한 번의 거래를 얻는 것보다 서로 이익을 얻어 다음 거래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것. 상대도 다시 만나고 싶은 협상을 만드는 사람이 결국 비즈니스에서 오래가는 좋은 협상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