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지난 8월 1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짧은 글 하나를 올렸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라며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하라는 지시였다.
그리고 불과 하루 만에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정례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기간을 당초 열흘에서 닷새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시작된 연합훈련이 진행 도중에 축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반복돼 온 방어와 반격 훈련의 틀이 미국 대통령 개인의 SNS 게시물 한 줄에 하루 만에 바뀐 셈이다.
절차와 신뢰의 부재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속도가 아니라 소통의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축소가 "미측의 사전 통보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상당부분 축소"라 표현했지만, 우리 합참은 "일부 조정"이라며 온도차를 드러냈다. 동맹의 핵심은 화력과 방어력만이 아니라, 협의와 신뢰의 절차에 있다. 대등한 동맹 관계라면 상호 간의 최소한의 사전 협의와 공식 절차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향후 유사한 결정이 반복될 경우를 대비해 사전 협의 채널을 명문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대비태세 공백에 대한 우려
방어(1부)와 반격(2부)으로 나뉘는 연합훈련에서 이번 조정으로 반격 단계는 아예 생략되고 방어 훈련만 실시되었다. 대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14건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군 단독 시행이나 일정 순연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이러한 훈련이 단순한 연례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기적으로 교체되는 한미 지휘관과 참모들이 실제 작전절차를 몸에 익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의 장이기도 하다. 이번 한 번의 축소로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이런 흐름이 누적된다면 연합방위태세 전반에 실질적인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대화와 안보의 엄격한 분리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드는 일 자체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남북 간 긴장을 낮추고 연내 정상회담의 물꼬를 트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면 그 나름의 의미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대화를 위한 유화 제스처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할 방위태세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훈련의 규모나 형식은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어도 우리의 안보 그 자체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안보는 협상의 카드가 아니라 국가 존립의 기본값이기 때문이다.
위임할 수 없는 자주국방의 책무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하되, 우리의 안보를 타국 정상의 트위터 한 줄이나 외교적 분위기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훈련이 축소되는 시기일수록 우리 군 스스로의 대비태세와 주도적 역량은 오히려 더 촘촘하고 튼튼하게 채워가야 한다.
정찰·감시 자산의 독자적 확보, 예비전력의 실효성 강화, 독자적 작전 수행 능력의 착실한 축적 이 모든 것은 타국에 미룰 수 없는 우리의 엄중한 책무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대비의 끈은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그 누구의 선의에도 기대지 않을 만큼 튼튼해야 한다.
전승환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Job & Future News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