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정찬] (시) 119 구조 구급 활동 서사시(敍事詩)

[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시인 한정찬의 "119 구조 구급 활동 서사시(敍事詩)"   

 

1. 출동

 

하루 25시

사이렌, 벨
출동 명령 떨어지면

전신을 곧추세우고
구조 구급차량에 오른다.

어디선가
사람들의 생명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꺼지지 말길 소중한 목숨,
기도로 평정심으로

목적지 차선을 따라

생명의 빛 따라
우리는 달린다.

두려움은 접고 접어

가슴 깊이 내려놓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세운다.

안전은 먼저.
침착하게.
정확하게.
그리고 함께.

그것이
119 구조 구급대원으로서
출동하는 우리들의 첫 번째 약속이다.

 

 

2. 현장

 

현장에 도착하면
서두르지 않고 먼저 멈추고

신속한 상황판단이다.

무엇이 위험한가.
불길은 어디에 있는가.
가스는 새고 있지 않은가.
전기는 살아 있는가.
무너질 것은 없는가.

우리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위험을 살핀다.

우리의 안전이
환자의 안전이고,

동료의 안전이
우리 모두의 힘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위험을 확인하고
안전한 길을 찾는다.

곧바로
생명 곁으로 다가간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 한 걸음마다

구조 구급의 손길이
응급환자의 예후와

앞으로 생사가 놓여 있다.

 

 

3. 동료

 

우리들은 동료들을 서로 바라본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마음,
짧은 신호 하나에 담긴 믿음.

업무의 분담

장비의 활용

신속한 일 처리가 중요하다.

일순간
우리는 하나의 팀이 된다.

한 사람의 손이 부족하면
또 하나의 손이 이어지고,

한 사람의 힘이 다하면
다른 사람의 힘이 이어진다.

우리들은
서로의 손이 되고,

서로의 눈이 되고,

서로의 목소리가 된다.

그리고 위험한 현장에서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동료가 된다.

 

 

4. 응급환자

 

환자 곁에 무릎을 낮추고
조용히 손을 내민다.

들리나요.

괜찮으세요.

작은 대답을 기다린다.

눈동자의 움직임,
미세한 손끝의 떨림,
가슴 위로 오르내리는
작은 숨결들.

우리들은 그 작은 신호 하나도
모두 놓치지 않으려 한다.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생명의 순간만큼은
천천히 바라본다.

무엇이 위급한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침착하게 살피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한 번의 판단,
한 번의 손길,
한 번의 선택이

응급환자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심폐소생술

 

피가 흐르면
먼저 손을 뻗는다.

상처를 살피고
필요한 곳을 압박한다.

손은 단단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그러던 어느 순간에는,

대답이 없다.

숨결도 없다.

그 순간
현장의 상황은

순식간에 달라진다.

우리들은 외친다.

심정지.

도와주세요.

동료가

심장충격기를 준비하고
패드를 오른쪽 가슴 왼쪽 옆구리에

붙이고 심장충격기에 나오는

지시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두 손을 가슴 위에 놓고

가슴 압박을

시작한다.

성인은 5센티미터 깊이로

1분에 120회 정도

하나. 둘...120회
계속...

힘들면 교대 교대로.

의식이 없으면

병원 도착 시까지

생명을 향해
다시.
또다시 실시한다.

 

 

6. 임무 교대

 

팔이 저리고
숨이 차오르고
온몸의 힘이 빠져도

멈출 수 없다.

힘이 다하면
동료에게 손을 내민다.

힘들면 교대.

한 사람이 물러서면
다른 사람이 앞으로 나선다.

내가 지친 순간
동료가 나를 대신하고,

동료가 힘들 때
우리는 다시 그 자리에 선다.

우리는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모두다.

괜찮아. 내가 할게.

함께하자.

끝까지 가자.

그 짧은 말이
위급한 현장에서
다시 우리 모두를 일으킨다.

 

 

7. 훈련 기법

 

심장충격기가 도착한다.

긴장된 손끝 위로
기계의 안내음이 울린다.

우리는 배운 것을 기억한다.

서두르지 않는다.

당황하지 않는다.

한 단계.

한 단계.

훈련장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동작이
이 순간,
현장의 손길이 된다.

압박하고,

확인하고,

교대하고,

다시 압박한다.

훈련에서 흘린 땀 한 방울이
오늘 응급환자의 생명을 소생시키는
큰 힘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안다.

훈련은 훈련으로 끝나지 않는다.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사용되는 약속이다.

 

 

8. 교통사고 현장

 

하루 25시

사고 차량 두 대가
도로 위에 멈춰 있다.
우리는 다시 멈춘다.

차량의 움직임을 살피고
화재의 위험을 살피고
주변 차량의 위험을 살핀다.
구조 구급할 길을 찾는다.

그때,

차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살려주세요.”

그 한마디에
모든 생각이 선명해진다.
장비를 준비한다.

동료와 역할을 확인한다.
누가 진입할 것인지,
누가 환자를 보호할 것인지,
누가 장비를 준비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다시
생명 곁으로 들어간다.

 

 

9. 구조 구급

 

의식은 있는가.

호흡은 어떤가.

어디가 아픈가.

움직여야 하는가.

아니면
그대로 보호해야 하는가.
우리는 서두르지 않는다.

때로는
움직이는 것이 구조 구급이고,

때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구조 구급이다.
아픈 곳을 살피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인다.
필요하다면
손상된 곳을 보호하고
환자의 몸을 지탱한다.
구조 구급이란
힘으로 끌어내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끝까지 안전하게
데려오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119 구조 구급 활동이다.

 

 

10. 화재 현장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뜨거운 흔적이 남는다.

우리는 먼저
위험을 확인한다.

그리고 환자를 찾는다.

화상 부위를 살피고
적절히 처치한다.

붙어 있는 옷은
억지로 떼어내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 너머에
더 깊은 고통이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불길은 꺼졌지만

환자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손을 내민다.

불길보다 먼저.

두려움보다 먼저.

생명을 향해.

 

 

11. 긴급 이송

들것이 준비된다.

우리는 동료의 눈을 바라본다.

“하나, 둘, 셋.”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 사람의 몸을 옮기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을 옮기는 일이다.

이송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환자를 바라본다.

호흡은 어떤가.

맥박은 어떤가.

의식은 변하지 않았는가.

조금 전과
무엇이 다른가.

작은 변화 하나를 발견하면
곧바로 동료에게 알린다.

한 사람의 눈으로 보고
여러 사람의 마음으로 판단한다.

우리는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시간을
끝까지 이어 나른다.

 

 

12. 구급차

 

사이렌이 다시 울린다.

도로 위의 불빛이
빠르게 뒤로 흘러간다.

창밖의 시간이 스친다.

우리는 환자의 곁에서
시간을 바라본다.

호흡을 살피고,

상태를 확인하고,

변화를 기록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상태였는지.

무엇을 했는지.

현장에서 시작된 생명의 이야기를

병원 응급실 도착까지
정확하게 이어간다.

사이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시간과 싸우고 있다는
우리의 신호다.

 

 

13. 병원 도착

 

병원이다.

문이 열린다.

의료진이 신속하게 달려온다.

우리는 숨을 고르며
환자의 상태를 전한다.

사고의 순간을 말하고,

우리가 본 변화를 말하고,

시행한 처치를 말한다.

빠뜨리지 않는다.

정확하게.

차분하게.

왜냐하면

정확한 인계는
또 하나의 생명을 잇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켜온 시간을
의료진에게 건넨다.

그리고 한 걸음 물러선다.

그러나
우리의 역할은 끝난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출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4. 돌아온 뒤

 

현장 활동을 마치고
우리는 돌아온다.

장비를 정리하고
차량을 정돈한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무엇을 잘했는가.

무엇을 놓쳤는가.

무엇을 다음에는
더 잘해야 하는가.

지금의 질문은
곧바로 답이 된다.

오늘 흘린 땀은
내일 누군가의 시간을 연장하고,

오늘 반복한 훈련은
내일 누군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다.

훈련은 반복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약속이다.

 

 

15. 다시 구조 구급 훈련장으로

 

우리는 다시 무거운 각오로

구조 구급 훈련장에 선다.

또 걷고,

또 뛰고,

또 익힌다.

장비를 확인하고,

손의 위치를 기억하고,

동료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환자의 작은 신호를 기억한다.

혼자라면 어려운 순간도
함께라면 건널 수 있기에

우리는 동료의 손을 믿고,

동료의 눈을 믿고,

동료의 마음을 믿는다.

구조와 구급은
기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

끝까지 곁에 머무는 마음.

한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 마음 위에
기법이 놓이고,

그 기법 위에
희망이 피어난다.

 

 

16. 구조 구급대원의 마음

 

그러니 우리는
다시 앞을 본다.

두려움이 와도
생명을 향해 나아간다.

위험을 살피고
안전을 지킨다.

침착하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동료의 신호에 귀 기울이고
환자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사고가 한순간이지만,

그 사람에게는
평생을 바꿀 수 있는
단 한 번의 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달린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위해.

그리고

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17. 하루 25시

 

생명을 향한 길은
결코 혼자 걷는 길이 아니다.

우리가 손을 내밀면
동료가 그 손을 잡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면
모두가 함께 나아간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칠흑 같던 밤의 끝에서
새벽이 밝아온다.

사이렌 너머로
희미한 빛이 번진다.

우리는 조용히 바란다.

우리가 지켜낸 생명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기를.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다시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기를.

그것이

방금
우리가 출동한 이유이고,

다시
우리가 출동해야 할 이유다.

 

 

18. 구조 구급대원의 약속

 

오늘의 땀을
내일의 용기로 바꾸고,

오늘의 훈련을
내일의 생명으로 바꾸며,

오늘의 한 걸음을
누군가의 내일로 바꾼다.

우리는 다시
119 구조 구급차에 오른다.

또 다른 사이렌이 울릴 때,

또 다른 생명의 부름이 들릴 때,

망설이지 않고
다시 달려갈 수 있도록.

안전을 먼저.

침착하게.

정확하게.

그리고 함께.

생명을 향한
우리의 걸음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어둠을 지나
새벽을 향해.

두려움을 지나
희망을 향해.

한 사람의 생명을 향해.

끝까지.

끝까지.

끝까지 나아간다.

그리고 그 길의 이름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생명을 향한 길.

사람을 향한 마음.

동료를 믿는 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구조 구급대원의 약속이다.

 

 

 

한정찬

□ 전직 소방공무원, 안전교육전문인력(행정안전부), 소방안전컨설턴트(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외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 고문,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소방학교 교재 집필 강의 ‘소화약제학(소방용수시설), 소방홍보론, 화재진압론, 소방복지론’ 외

□ 시집 발간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외

 

작성 2026.09.14 17:34 수정 2026.09.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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